'툴리'의 샬리즈 시어런, 22㎏ 체중 늘리기 특명
아침마다 강제 햄버거·밀크셰이크…모유 수유도 대역없이
영화 '툴리'에서 마를로(샬리즈 시어런)는 독박 육아에 시달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막내 미아를 챙기느라 기진한다. 저녁이 돼서야 의자에 앉아 겨우 숨을 돌린다. 두 자녀의 식사는 냉동피자. 반응은 시들하다. 한 입 베어 물더니 핸드폰만 만지작거린다. 뒤늦게 귀가한 남편 드류(론 리빙스턴)도 다르지 않다. "식탁에서는 휴대폰 금지 아니야? 나는 괜찮은데 당신 규칙이잖아." 대꾸할 기운도 없는데 아들이 음료를 엎지른다. 축축해진 티셔츠를 벗어던지자 축 처진 가슴과 불룩한 똥배가 드러난다.
시어런은 "실제 육아가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출산 경험은 없다. 딸 어거스트와 아들 잭슨을 입양해 키우는 싱글 맘. 하지만 그녀는 "입양한 자식과 친자식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친자식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엄마들의 삶을 가까이서 볼 기회도 많았다"며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면서도 남편에게 고충을 털어놓지 못했다. 잔인해 보였다"고 했다. 시어런은 자신의 생각을 마를로에 그대로 투영했다.
몬스터에서 연기한 에일린 워노스는 남자 여섯 명을 죽인 거구의 살인마다. 그녀는 20㎏을 불렸다. 워노스의 삶 속으로 들어간 듯한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사실적인 묘사는 시어런의 불우한 과거와 묘하게 맞닿아 있다. 워노스는 어린 시절 배우를 꿈꿨으나 아버지 친구에게 강간을 당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시어런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였다. 그녀 나이 열다섯 살 때 아버지가 어머니가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어머니는 정당방위로 풀려났으나, 시어런은 후유증을 감내해야 했다. 몬스터에서 그린 황폐한 눈빛과 비관적인 태도는 단순한 접근으로 이뤄낸 성취가 아니다. "내 인생 최고의 배역이다. 보다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을 표현하는 기반이 됐다.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계속 묻게 됐다."
시어런은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배역들을 연기하며 전성기를 이어간다. '노스 컨트리(2005년)'의 조시 에이미스, '스노 화이트 앤 더 헌츠맨(2012년)'의 이블 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의 임페라토르 퓨리오사, '아토믹 블론드(2017년)'의 로레인 브로튼 등이다. 지적이고 당당한 얼굴로 할리우드 여성영화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 배역의 전형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내가 가진 여성의 복잡한 생각을 그려줄 작가와 감독을 찾아다녀야 했다. 처음부터 모든 배역의 마음을 이해한 건 아니다. 하지만 배역이 되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면서 배역의 생각을 조금씩 읽을 수 있다." 마를로도 예외는 아니다. 출산 여성의 고충을 폭넓게 이해한 계기로 기억한다. "대단한 일은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매일 겪는 문제니까. 대중은 내게 용감하다고 말하지만, 정말 찬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주위의 엄마들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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