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산타랠리 힘들 듯…국내도 변동성 큰 박스피 장세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뉴욕 김은별 특파원] "월가에 무역전쟁으로 인해 기술기업들에도 타격이 확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10월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英 파이낸셜타임스ㆍFT)
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틀 사이 낙폭은 S&P 500 3.4%, 다우지수 3.7%다. S&P 500과 다우 지수의 올해 수익률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마이너스 영역으로 다시 진입했다. 특히 IT(정보기술) 업종 전반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나스닥은 같은 기간 4.7% 떨어질 정도로 다른 지수에 비해 낙폭이 컸다. 뉴욕증시 대표 종목인 '팡'(FAANG)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장에 접어든 것을 두고 단순한 투자심리 때문이 아닌 무역갈등과 경기둔화 등 여러가지 구조적 요인이 합쳐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높아졌다"면서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이 신제품 주문을 추가로 줄였다는 소식에 이틀 동안 8.6% 하락한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 6월 세계은행(WB)은 내년부터 세계 경제 성장률이 점차 둔화할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이어온 글로벌 호황 국면이 올해를 끝으로 서서히 막을 내린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보호무역 기승과 개발도상국의 금융시장 취약성 증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글로벌 경제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1분기 2.5%, 2분기 2.2%, 3분기 1.8%, 4분기 1.6%로 둔화될 것으로 봤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위험 대비 주식 수익률이 과거 수년간의 평균보다 낮아질 것이라면서 현금 보유 확대를 권고했다.
또 미국 온라인 증권사 E트레이드 파이낸셜이 9000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만장자들의 응답을 별도로 추린 결과, 절반에 가까운 45%가 "1~2년 내에 강세장이 끝날 것"이라고 답했고 25%는 "강세장의 종료가 임박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시장의 큰손 10명 중 7명은 미 증시 강세장이 2년 이내에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가 적어도 2250~2400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고 일부 증권사는 호기롭게 '코스피 3000'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의 내년 코스피 지수의 등락 범위는 1850~2530으로 대폭 낮아졌다. 심지어 '변동성 큰 박스피' 장세를 전망하는 모양새다.
문다솔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역분쟁 이후 중국을 비롯한 미국 이외 경기가 이미 꺾였는데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된다는 점"이라며 "이런 상황은 미국 이외 국가들이 부양책을 쓰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의 금리인상에 이끌려 동반 금리인상을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을 만들 수 있고 결국 미국 이외 경기는 저점을 형성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고 내다봤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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