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부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한국 이미지 내세운 생활용품숍 우후죽순 생겨
품질 떨어져 교민들 韓 이미지 훼손 우려 목소리
[호찌민(베트남)=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안녕하세요? 구경하세요. 어서오세요." 지난달 25일 베트남 호찌민의 1군 위옌티아혹 거리. 서울로 치면 종로 어느 골목쯤 해당하는 곳이다. 이 거리에 아침부터 한국어 인사말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배경 음악은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 가슴에 '삼무'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은 베트남 직원들은 마이크를 잡고 달달 외운 한국어 인사를 반복했다. 호찌민에 사는 교민 이호연씨(여ㆍ41)는 "베트남 사람들은 물론이고 호찌민에 처음 온 한국 사람들도 의심도 하지 않고 한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생활용품숍이라 생각해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산다"고 말했다.
'삼무' '무궁생활' '일라휘' 등 한국 매장인 것처럼 꾸며 동남아시아에서 영업하는 중국계 생활용품 매장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반중(反中) 감정이 높은 베트남에 이같은 '짝퉁' 한국매장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이들이 유통하는 제품 대다수가 저가 중국산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짝퉁 매장들로 인해 한국산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날 호찌민에 위치한 삼무 매장에서 만난 교민 한아름(32)씨는 "휴대폰 충전기를 샀는데 한번 쓰면 버려야 할 일회용품 수준이었다"며 "교민들 사이에서 품질이 좋지않은 상품을 팔아 베트남 자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줄 것 같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비판했다. 최근엔 호찌민 7군에 있는 국내 대형마트가 무궁생활을 입점시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해당마트 관계자는 "무궁생활과 맺은 계약기간이 1년이라 이 기한이 끝나면 매장을 철수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이미지를 빌려 쓴 생활용품숍도 인기가 높다. 하찌하찌, 코모노야, 미니소 등이 그 예다. 하찌하찌와 다이소는 2000년대 후반 진출했지만 현재 매장수는 각각 5개, 6개에 그친다. 반면 코모노야와 미니소의 현재 매장 수는 16개, 36개. 미니소의 경우 2만동짜리(약1000원) 제품부터 90만동짜리(약4만5000원) 제품까지 다양하게 취급해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한국이나 한국제품에 대한 이미지 및 평판에 피해가 없도록 한국 특허청은 베트남 시장관리국, 지식산권국 등과의 국장급 회담 등을 통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당국의 조사 등을 바탕으로 화장품 등 일부제품은 해당 매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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