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삼성증권 손 떼고 사용자 급감·시스템 노후화
실시간 정보유통 혁명…지라시·점죄 온상 역기능도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 18년간 여의도 증권가의 '전달자(messenger)' 역할을 하던 'Fn 메신저(현 EzQ 메신저)'가 내년 5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한때 여의도와 언론계를 석권하며 정보 제공의 가장 핵심적인 유통 채널로 자리잡았던 대표 메신저는 이제 영욕의 세월을 마감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zQ 메신저의 전신은 2000년 삼성증권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용자들을 위해 만든 무료 메신저인 Fn 메신저다. 주로 증권가나 언론사들이 사용해왔던 PC용 메신저였다. 2011년 삼성증권이 'POP(Platform Of Private banking service)'를 대표브랜드로 정한 이후 그동안 주요 서비스 및 마케팅에 사용해 온 Fn(Financial Network)을 POP으로 교체하면서 Fn 메신저도 POP 메신저로 명칭이 변경됐다. 그러다 2016년 개발사인 이지닉스에 운영 이관을 결정했고, 지난해 1월8일부터 'EZQ 메신저'로 이름을 바꿨다.
Fn 메신저는 인터넷이 발달한 2000년대 이후 정보 유통 방식의 혁명으로까지 일컬어졌다. 입으로 전해지던 정보가 지면에 처음 등장한 1980년대 당시 '증권가 소식지', '사설 정보지' 등 일명 '찌라시(지라시ㆍchirashi)' 정보는 갱지 묶음 형태였다. 이후 인터넷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메일을 통해 파일로 유통됐고 '인스턴트 메신저(Instant Messenger)'가 등장하면서 정보의 실시간 유통에 기여했다. 메신저는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메시지와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로 채팅 도중에 정보가 신속하게 오갈 수 있게 했다.
이렇듯 정보 유통의 혁명을 일으켰던 Fn 메신저였지만 이로 인한 역기능도 적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구제금융 신청설이 메신저를 빠르게 돌았고 당시 정부도 사실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정부는 괜찮다고 했는데, 혹시…"라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또 당시에는 대기업들의 부도설도 끊이지 않았다. 중소형 코스닥기업 부도설은 하루에 10여개씩 쏟아졌다. 연예인에 대해서는 납치설ㆍ도박설도 나오면서 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도 생겼다.
시장 참여자들이 주식, 채권 등의 금융상품을 거래하면서 메신저로 정보를 교환하는 게 보편화되면서 바이러스로 인한 업무 중단, 해킹과 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는 피해도 빈발했다. 삼성증권은 스마트폰 보급 및 MTS 도입이 가속화되기 시작한 2010년 들어 POP 메신저를 모바일 환경에 맞춰 사용이 가능하도록 기술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개발 과정에서 잦은 오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로 모바일 플랫폼 전환을 결국 포기했고, 결국 POP 메신저와 이별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에는 해외 보안 메시징 서비스 텔레그램(Telegram)이 새로운 투자 정보 유통 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강력한 보안성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주하는 사태가 발생, 이른바 '사이버 망명지'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일반인들도 손쉽게 주식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텔레그램이 또 하나의 정보 전달 창구로 각광받고 있는 모습이다. 텔레그램은 지난 4월 서비스 시작 4년 반 만에 월 사용자 2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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