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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서영희, 32년만의 리메이크 '여곡성' 신씨 부인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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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와 처첩 사이 냉혹한 시어머니

[라임라이트]서영희, 32년만의 리메이크 '여곡성' 신씨 부인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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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원작 다시 보며 또 다른 호러 경험…"인물 간 대립에서 비롯된 갈등, 공포의 참맛"

고개 빳빳이 들고 말끝도 짧게 끊어 차별화…피범벅 분장 이제는 낯설지 않아

"함께 사는 시어머니와는 고부 갈등 전혀 없어요"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국수 맛이 아주 좋구려." 영화 '여곡성(1986년)'에서 이경진 대감(김기종)은 신씨 부인(석인수)이 가져온 국수를 맛있게 먹는다. 마주앉아 바라보는 신씨 부인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야릇한 미소를 보이더니 이내 눈을 홉뜨고 그릇을 노려본다. 순간 국수 면발은 검붉은 지렁이 수십 마리로 변한다. 뒤늦게 눈치를 챈 이경진 대감은 그릇을 내동댕이친다. 소리를 버럭 지른다. "이런 고얀 것. 지렁이를 국수로 먹이고 핏물을 마시게 하다니." 신씨 부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무슨 말씀을 하시나요? 대감. 그게 국수지 뭡니까." 그녀는 막내며느리 옥분(김윤희)을 부른다. 젓가락으로 국수 면발을 들어 올리고 묻는다. "이게 지렁이로 보이느냐?" "아니옵니다."
파격적인 설정으로 1980년대에 화제를 모은 여곡성이 32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아무 감응도 없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공포를 자아내는 신씨 부인은 서영희(38)가 연기한다. 당시 석인수(81)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꼿꼿한 자세와 독살스러운 말투로 극에 냉기를 불어넣는다. 여러 가지 주제의식이 함축된 배역이다. 남편이 유명무실한 집안에서 누구도 거역하기 힘든 권력을 가졌다. 봉건적 가족제도에서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고통을 며느리에게 다시 요구하는 사디스트에 머물지 않는다. 그 이상의 과잉된 마성을 부여받아 집안 전체를 휘저어놓는다. 파국은 이경진 대감에게 버림받은 월하(박민지)의 영혼에 육체를 내주면서 본격화된다. 원통하게 죽은 젊은 여성의 복수담이자 전권을 휘두르는 시어머니의 폭력 이야기인 셈. 서영희는 "연기를 준비하면서 공포영화에 접근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했다. "'전설의 고향'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그릴 수 있는 감정의 폭이 꽤 넓더라고요. 고부와 처첩 갈등을 모두 담고 싶었죠. 공포물의 참맛을 느낀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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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물의 참맛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첨예한 인물 간 대립에서 비롯된 갈등의 폭발이요. 단순히 무서운 요소들만 나열해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드라마만큼 배역이 가진 감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했어요. 배역의 변화에 적당한 리듬도 찾으려고 애썼고요. 쉽지 않더라고요. 석인수 선생님이 신씨 부인의 야망을 잘 표현하셔서 부담이 배가됐어요."
-원작은 언제 처음 접했나요.
"유치원에 다닐 때요. 너무 무서워서 손으로 몇 번이나 눈을 가렸죠. 그래서 무섭지 않은 장면들만 기억해요. 옥분이 걸레로 마룻바닥을 닦고 개천에서 빨래하는 모습이요. 도입부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운 경치도 잊지 못해요. 옥분이 산을 넘어 마을로 향하는 모습이 마치 '서편제(1993년)'의 그것 같죠. 영화를 준비하면서 원작을 다시 봤어요. 선생님들의 연기 열정이 대단하시더라고요. 특히 김기종 선생님이요. 지렁이를 직접 드시는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그런 수고가 있었기에 명장면이 탄생한 듯해요."

-원작에 출연한 석인수보다 어린 나이에 신씨 부인을 연기했는데요.
"후처로 설정돼 크게 우려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권력욕을 더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죠. 안방을 계속 차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요. 평소 자세에 변화를 많이 줬어요. 위엄 있게 보이려고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다녔죠. 대사를 하면서 어조의 끝도 짧게 끊었고. 월하에게 육체를 내준 뒤의 장면에서는 여성스러움을 살짝 가미했어요. 육신은 그대로지만 무언가 차별되는 요소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박)민지가 월하를 연기할 때마다 찾아가 유심히 관찰했어요. 웃음소리의 톤이 꽤 높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맞췄죠. 이렇게요. (큰 소리로)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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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 부인이 스크린을 뚫고 나온 것 같은데요.
"피 분장만 하면 안성맞춤이죠(웃음). 이제는 피범벅이 된 얼굴이 낯설지 않아요. 그런 배역을 여러 번 맡았잖아요. 많은 분들께서 '추격자(2008년)'의 김미진과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년)'의 김복남을 기억하기도 하시고. 그런 경험 덕에 이번 촬영에서 분장할 때마다 아는 척을 할 수 있었어요. 배우들이 피를 칠하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저에게 쪼르르 달려왔죠."

-전형적인 여자귀신이다 보니 색다른 변화를 시도할 여지가 적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적잖은 분들께서 고전적인 귀신을 그리워할 거예요. 요즘 귀신들은 지나칠 정도로 자극적이에요. 감각적인 공포를 최대화하는 데만 몰두하기도 하고. 전형적인 여자귀신도 다시 뜨거워질 수 있어요. 복고 패션이 인기를 끌듯 말이죠. 유행은 돌고 도는 거니까요."

-조선시대의 고부관계를 현 시대에 펼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월이 흘러도 미묘하고 불편한 관계는 여전하니까요.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어디 고부 관계에만 적용되겠어요? 사회 어느 곳이든 상하관계가 존재하면 불편함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 불만이 튀어나오는 순간 갈등이 시작된다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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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의 관계가 궁금한데요.
"아주 사이가 좋아요. 딸처럼 잘 챙겨주셔서 늘 감사드리죠. 시어머님과 함께 살아요. 저희 부부는 2층, 시부모님은 1층에요. 친정엄마처럼 아침마다 따뜻한 밥을 손수 차려주세요. 갑자기 일정이 생겨서 외출해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요. 그런 배려 덕에 배우생활을 지속한다고 봐도 무방해요. 촬영이 없을 때마다 잘해드리려고 애쓰는데,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네요."

-친정엄마가 서운할 것 같은데요.
"살다 보니 친정엄마만 한없이 사랑할 수 없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같이 지내고, 휴가도 함께 떠나다보니 정이 많이 생겼어요. 말하고 보니 친정엄마한테 많이 미안하네요."

-시어머니와 잘 지내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결혼 초에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서로 피곤해질 수 있으니 독립해서 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조언을 들으면서 욕심을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시어머님 또한 제게 많은 걸 바라지 않으세요. 갈등이 될 만한 요인이 튀어나와도 서로 배려해서 극복하려고 노력하시죠. 그런 흐름에 자연스럽게 발을 맞추다 보니 싸움이 생기지 않는 듯해요. 부부관계도 좋아지고요(웃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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