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선 신생 거래소 우후죽순…국내 거래소만 60곳 넘어
정책 공백 해소 및 투자자 보호 조치 시급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가상통화거래소 및 가상통화 관련 정책들이 마련되지 않는 '무정책'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들이 앞다퉈 새롭게 문을 여는가 하면 투자금을 들고 돌연 잠적하는 '먹튀' 거래소까지 등장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와 혼란과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중 합작 가상통화 거래소 지닉스는 오는 23일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가상통화 펀드 상품을 출시하며 제도권 금융과 가상통화를 결합하려 시도했지만 금융 당국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가상통화 펀드는 자본시장법 위반소지가 있고 해당 회사도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집합투자업자가 아니다"라고 "수사기관 통보를 포함해 다양한 추가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소식에 투자자들은 급격히 등을 돌렸고, 지닉스는 결국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가상통화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에 분류되지 않아 당국의 제재 권한이 없다는 반론도 있지만 이미 법적 쟁점을 다투기에는 '엎질러진 물'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내에 진출하려는 해외 거래소들도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나온다. 글로벌 거래량 20위권 규모인 동남아 지역의 한 거래소는 국내 지사 설립을 미뤘다. 홈페이지 상에서 한국어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합법과 불법 사이에 끼인 상황을 오히려 기회를 여기고 문을 여는 거래소들도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60곳 이상의 거래소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규 가상계좌 발급이 되지 않더라도 법인계좌 밑에 개인계좌를 두는 '벌집계좌' 방법 등이 널리 이용되는데다 특별한 설립 자격요건이 없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벌집계좌를 사용하는 거래소의 월 거래량은 지난 2월 4조5997억원에서 8월 7조5238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투자자보호 및 업계 정비 시급=때문에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업계를 규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해킹 사고 등으로 일찌감치 진통을 겪은 일본의 경우 정부 당국과 업계가 발 빠르게 나서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FSA)은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가상통화 거래소 등록제를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전체 가상통화거래소의 실태조사를 마쳤다. 관리가 미비한 일부 거래소는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제재를 가하는 한편 거래소 등록 심사 항목을 약 400개로 늘렸다. 최근에는 일본 가상통화거래소협회(JVCEA)를 자금결제사업협회로 인정했다. 가상통화거래소업을 개별 산업으로 받아들이며 협회 차원의 자율규제-금융당국의 협회 감시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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