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사회내 '동질혼' 현상 갈수록 강화
부모의 부와 지위 세습돼 사회 갈등, 위화감 조성 우려
이병훈 중앙대 교수 "빈곤 가정 아이도 좋은 교육·직장 얻을 수 있어야"
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직원 친인척 채용 비율(11.2%)을 둘러 싸고 일각에서 특혜ㆍ비리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의 '피의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입사 후 혼인을 통해 부부 관계가 된 공무원 숫자가 20만명을 돌파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물론 사회 구조적 영향 등 기타 사유로 공공부문 내 직원간 친인척 비율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가 2013년 전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무원 총조사' 결과 '부부 공무원'의 숫자는 19만6003명으로 전체 공무원(응답자 기준ㆍ88만7191명)의 약 22.1%에 달한다. 전체 공무원의 5분의1이 부부 관계다. 직종 별로는 국가직이 14만5565명 중 2만6887명(18.47%), 경찰ㆍ소방 14만1798명 중 1만7438명(12.3%), 교육직 30만4356명 중 8만4765명(27.85%), 지방직 29만5472명 중 6만6913명(22.64%) 등이다. 근무 여건이 양호한 교사나 지역이라는 틀에 묶인 지방직 공무원들이 더 사내 결혼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실제 수도권 지자체 공무원 A(46)씨는 2003년 입사 직후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된 여성 동기(40)와 사귀게 돼 3년 후인 2006년 결혼식을 올렸다. A씨의 동료는 "주변에서도 공무원 커플이 아주 흔하다. 10명 중 2~3명 이상 된다"며 "동료로서 서로의 직장 생활에 대해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데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가진 배우자라는 점에서 입사 이후 사귀던 애인과 헤어지고 같은 공무원만 만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경기도 한 교육지원청 소속 여성 공무원 B(31)씨도 올해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동기 공무원과 결혼했다. B씨의 동료는 "직장 동료 중에 주변 선후배가 결혼하는 일들이 다수 있다"며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연애 감정이 생기는 것은 여느 직장과 다를 바 없지만, 아무래도 안정된 직장이라는 점에서 배우자로서의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경우 배우자로서의 선호도가 훨씬 높다. 서울 강북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올 봄에도 한 남자 선생님이 인근 학교 여선생님과 결혼을 했다"며 "지금 같은 학년을 맡고 있는 교사 4명 중 부부 교사가 2명이나 된다. 전체적으로 30%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급여가 안정적이고 서로간 이해도가 높은 데다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1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 김정은씨는 '사내 결혼이 조직몰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공공기관에서 사내결혼의 비율은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며 사내결혼이 조직몰 입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직은 직원의 가정생활을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문화를 통하여 인적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공공 부문내 혈연 관계가 강해질 수록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실제 우리나라에선 국제통화기금 사태 후 부와 학력ㆍ지위가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동질혼' 경향이 강해지고 이를 통해 자녀도 부모의 부와 지위를 상속받는 현상이 거세다. 미국의 경우도 구글, 페이스북 창업자 등 '혁신가' 그룹들의 부모들은 모두 의사, 교수, 연구원 등 고학력 전문가들이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학력자 등 좋은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짝을 맺고 하위는 하위끼리 배우자가 되는 현상이 강해지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이 고착화, 세습화 돼 위화감과 사회적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며 "빈곤 가정 아이들이라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계층 이동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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