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정책 역진적 지적에 정부 “가처분 소득 늘려주는 게 목적”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유가상승, 내수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서민 등의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 15%를 한시적으로 인하한다. 정부는 유류세가 인하되면 휘발유는 리터당 123원, 경유는 리터당 87원, LPG부탄은 리터당 30원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 3월 10일 유류세를 인하한 후, 휘발유와 경유는 약 일주일간 가격이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 추세로 반전했고 경유는 세율 인하 후 10일, 휘발유는 40일 후 각각 세율 인하 전보다 가격이 상승했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공급측면의 충격을 줄이는 효과도 크고, 기름값 중 유류세 부담도 높았던 만큼 유류세 인하는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다만 유류세 인하만으로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며 국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되레 세수만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를 합친 유류세의 총 세수는 18조7495억원으로 2007년 20조7599억원보다 2조104억원(9.7%) 감소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2008년에 실시했던 유류세 인하가 국내 휘발유 가격 인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당시 유류세 10% 인하는 1조6000억원의 세수만 날렸던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인한 세수 감소액을 2조원으로 예상했다.
정책 실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휘발유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은데 차라리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 계층에게 석유 휘발유 티켓을 나눠주거나 하는 맞춤형 대책으로 갔어야 한다”며 “1997년, 2008년 당시 사후관리를 반면교사 삼아 어떻게 해야 실효성있는지 검토한 후 유류세 인하 정책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류세를 감면해주면 역진적인 감면혜택이 될 것이라며 특정 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유류세 인하 정책은 기름을 많이 쓰는 특정계층이나, 제네시스 등 큰 차를 타고 다니는 고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고형권 기재부 차관은 사전브리핑 당시 유류세 인하의 역진성 지적을 어떻게 판단하냐는 질의에 “소득 역진적이고 환경 정책 방향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라며 “소득 역진적 측면은 세제 혜택의 절대액을 보시고 제기하는 것인데 이 대책은 자영업자나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저소득자일수록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맞춤형 지원대책으로는 유류세 환급제도가 거론된다. 유류세 환급제도란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1000cc 미만의 경차 소유자 등에 대해 연간 20만원 한도로 유류세를 환급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제도를 마련하기 까지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려 단기대책에 포함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형권 기재부 차관은 “저소득층에 더 혜택이 가도록 보완장치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에는 동감하지만 그렇게 되면 시행이 복잡해진다”며 “계층별로 차등둬서 유류세 인하 정책을 추진하려면 유류세 환급제도 도입이 가장 좋은데 이 시스템을구축하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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