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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서열 1·2위 움켜진 응우옌 푸 쫑, 베트남式 보수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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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 푸 쫑(사진 왼쪽) 공산당 서기장과 응우옌 티 킴 응언(사진 오른쪽) 국회의장이 지난 9월2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쩐다이꽝 전 국가주석 장례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응우옌 푸 쫑(사진 왼쪽) 공산당 서기장과 응우옌 티 킴 응언(사진 오른쪽) 국회의장이 지난 9월2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쩐다이꽝 전 국가주석 장례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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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 2위 꽝 주석 사망으로 서열1위 쫑 서기장이 겸직
친중보수파-친미개혁파 대결 권력 구도…독점 없을 듯

시장 경제속 사회주의 강조 등 기존 정책을 계속 추진

親中 노선도 지속…한국과는 2008년부터 각별한 인연
[아시아경제 박수현 베트남 객원기자]지난달 21일 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인 쩐 당 꽝 주석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베트남 권력 지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4일 만장일치로 응우옌 푸 쫑(74) 공산당 서기장을 차기 주석 후보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이 서열 2위 국가주석을 겸직한다는 것이다. 쫑 서기장은 23일 국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정식 선출되면 국부 호치민 이후 처음으로 서기장과 국가주석을 겸하게 된다. 그의 임기는 2021년까지다.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국가주석(외교ㆍ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체제인 베트남에서 쫑 서기장이 권력 1위인 서기장직과 2위인 국가주석직을 모두 맡으며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친중 보수파 대(對) 친미 개혁파=여타 사회주의 국가들과 달리 베트남은 일당 독재 체제이지만 지도층 내부의 권력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며 권력 교체가 유연하다. 지역적 안배를 위해 통일 이후 총서기장은 북부 출신이, 국가주석은 중부 출신이, 총리는 남부 출신이 맡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기도 했다.

개혁개방이 본격화되면서 이 틀을 깨고 경제 발전에 힘을 싣기 위해 2006년과 2011년에 구성된 지도부는 총서기장은 북부, 국가주석과 총리는 남부 출신이 맡았다. 2016년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급진적인 개혁에 대한 당내 반발, 대(對) 중 국 강경노선에 대한 반대 및 부패 문제의 공론화 등으로 총서기장과 국가주석은 북부, 총리는 남부 출신이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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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실질적인 권력 다툼은 주로 공산당 내의 친중 보수파와 친미 개혁파 사이에서 일어난다. 친중파는 북부 지방 출신을 중심으로 당ㆍ정ㆍ군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쫑 서기장은 중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지지하는 보수파의 대표 인사이다. 반면 남부 지방 출신이 다수인 친미파는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상대적으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에 호의적이다. 주로 재계와 군부에 많다. 소수파로서 두 세력 사이에서 개혁을 추구하는 중도파가 존재한다.

쫑 서기장의 손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일각에서는 이와같은 권력 구도가 중국처럼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공산당 서기장직과 국가 주석직을 겸직하는 점과 반부패 정책을 내세운 점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닮았다.

하지만 쫑 서기장이 74세로 고령이며 베트남의 집단지도체제는 정치 권력 독점을 우려한 호치민의 유훈이었기 때문에 당 서기장직과 국가 주석직의 병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쫑 서기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1년까지 그가 추진 중인 '부패와의 전쟁'이 강화되는 한편 북부 출신 인사들이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쫑 서기장은 2016년 서기장직 연임에 성공한 후 만성적인 부정부패 청산을 명분으로 공직자 수천 명을 낙마시켰는데, 이를 두고 정적을 제거해 권력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또한 현재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원 16명을 출신 지역별로 나눠 보면 북부가 8명, 중부가 4명 남부가 4명이다. 국내외 베트남 정치 평론가들이 권력의 편중 현상을 우려하는 이유이다.

◆경제ㆍ외교 정책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듯=서기장과 국가주석 겸임이 권력의 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2011년부터 이어진 쫑 서기장 체제로 인한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ㆍ중 무역갈등에도 올 상반기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대비 8.4% 늘었다. 중국에 설비를 갖춘 제조 기업들의 베트남으로의 이전이 가속화되며 베트남의 대미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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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정책 역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로 국민적인 반중(反中) 감정이 높아졌으나 쫑 서기장이 대(對) 중국 강경책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다.

지난 4월 쫑 서기장은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공식 접견에서 베트남 정부가 중국과의 형제 관계를 중시하며 양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쫑 서기장,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1944년 4월 14일 북부 하노이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쫑 서기장은 대표적인 사회주의 이론가로 꼽힌다.

그는 스무 살에 하노이 종합대학에 입학해 문학을 전공한 뒤 공산당 기관지에 취직했다. 이후 소련 사회과학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귀국 후 1988년부터 공산당 이론 정비 작업에 착수해 국영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주장하는 '베트남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념을 만들었다.

1991년에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이 된 후 1994년에는 공산당 중앙위원으로 뽑히며 본격적으로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국회 부의장, 하노이시 당 서기, 국회 의장을 역임하고 2011년에 서기장 자리를 꿰찼다. 2016년에는 개혁파 응우옌 떤 중 총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재임에 성공했다.

쫑 서기장은 시장경제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사회주의적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건 보수로 알려졌다. 그는 2016년 10월 연설에서 서구 민주주의적 정치 개혁에 호의적인 개혁파에 대해 "사회정치적 퇴보를 막지 못하고 자생적 진화, 자발적 변환을 허용해 이들이 보다 미묘하고 복잡한 형태로 바뀌도록 허용한다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쫑 서기장은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08년에는 대규모 기업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해 적극적인 기업 유치 활동을 벌였다. 2014년 방한 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삼성전자 서울 서초동 사옥을 직접 찾아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복합단지 건설을 승인하는 투자 승인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베트남 국빈방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했다.




베트남 박수현 객원기자 shpark113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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