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MS, 다주택자 잡으려다 전세시장 잡는다
부처별로 따로 운영돼던
다주택자 정보 한눈에 파악
숨은 부채 다 찾아내
신용등급 급락 가능성
전세가격 폭등 부작용 우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주택임대차 정보시스템(RHMS)'이 국내 전세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부처별로 분산된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 현황과 임대사업 수입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RHMS를 구축,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지난달 부터 시범운영중인 RHMS를 금융기관에 전면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정부는 RHMS 도입시 미등록임대사업자(세수 누락자)의 주택 보유 및 전월세 다용 현황 등의 세세한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RHMS 도입시 다주택자의 신용등급이 급락, 자칫 전세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이 부채로 잡히는 만큼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은 계약만료시 반환해야 할 '빚'이지만, 이런 부분이 신용평가시스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 부채 증가의 한 원인으로 여겨졌다.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대출자들이 'VIP 고객'으로 분류돼 최대 한도와 최저금리로 신용대출과 임대사업자대출을 쉽게 받아왔다.
새로운 시스템은 임대차 계약정보와 국토부의 건축물대장, 행안부의 재산세 정보 등을 결합함으로써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 및 전월세 운용 현황을 샅샅이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국토부의 건축물에너지정보를 대입하면 공실 여부를 가릴 수 있다. 공시가격시스템과 실거래가 신고자료 등 가격 정보를 통해 주택의 가격과 임대소득을 추적할 수도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2주택 이상부터는 전세보증금을 껴서 신용대출을 받게 되는데 RHMS도입으로 그간 1등급이던 사람이 2-3등급이나 4-5등급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왜곡됐던 정보를 바로잡는다는 측면과 투기적 주택구입을 막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주택자 잡으려다 전세서민 다 죽인다 = RHMS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속도와 적용 범위 조절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숨은 임대차는 전세 시장에서는 일종의 '지하경제' 역할을 해왔다.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았고 투기적 요소도 다분하지만 숨은 임대인이 전세 시장의 주요 공급책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RHMS가 가동돼 전세 시장에서 숨은 부채와 임대 소득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발생되는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들은 RHMS 도입 취지와 정부 정책 의도에 공감하면서도, 주택 매매 시장에 이어 전세 부문에서 또 한 번의 의도치 않은 정책 실패를 우려하고 있다. 다주택자 신용등급 하락, 전세가격 폭등 및 월세 전환 등 급격한 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RHMS 완성도가 높아지고 임대차 시장이 투명하고 안전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전세제도가 근간인 우리나라에서 임대차 부분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며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금융 부담을 임차인에 그대로 전가하거나 월세로의 대규모 전환이 일어날 경우 심각한 전세난이 발생해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현재 시범운영 중인 RHMS에 따르면 전국 임대주택은 모두 692만 가구(8월말 기준)로 추정된다. 등록 임대사업자는 총 34만5000명이며 등록 임대주택은 전체 임대주택의 17.3%인 120만3000가구다. 나머지 83.7%(572만 가구)의 임대주택이 미등록 사업자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전세보증금 반환채무 규모는 약 7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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