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행동기, 결과, 사회적 파장 등에 비춰 보면 비난가능성 적지 않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보수단체 지원)'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같은 혐의를 받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일부 유죄가 인정됐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돼 구속은 피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도 강요와 국고손실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2014∼2016년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들의 명단인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한 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을 압박해 이들 단체에 수십억원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재판부는 "자금지원 요청이 단순한 요청을 넘어서 전경련에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임이 명백하다"며 강요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경련 임직원의 의사결정 및 활동은 정치 권력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비서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에 따라 전경련 부회장인 피해자로서는 대통령 비서실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정책 건의 무산, 전경련 회원사에 대한 인·허가 지연 등 각종 불이익을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강요 행위로 (전경련) 심사 자체의 자율성이 침해된 이상 강요 행위에 의해 의무 없는 일을 했음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2014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 등으로부터 매월 500만원씩 총 4500만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국정원 운영에 도움을 준 사실이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로 봤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선고 공판 출석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 전 실장 등에 대해 "범행동기, 결과, 사회적 파장 등에 비춰 보면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서 "고위공무원으로서 오래 종사해 대통령 비서실장의 권력이 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대통령 비서실의 조직과 지위를 이용, 하급자들에게 이 사건 강요 범행을 지시하고 이를 위한 체계를 만들었다"며 "그 책임이 매우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정무수석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위법 행위를 인수인계 받고, 피해자가 자금지원 요구를 곤란해 하고 비협조적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증액된 자금지원 요구 목록을 승인,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 외에도 박준우 전 정무수석,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에겐 이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현기완 전 정무수석은 강요 외에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당내 경선 여론조사비용으로 사용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재원 전 정무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원 특활비 5억원을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와 관련해 국고손실, 뇌물 등으로 기소됐지만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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