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 지연'에 발목잡혀 상장 철회한 카카오게임즈

회계감리 지연·기업가치 평가 하락 등 우려해 상장 철회 결정
당초 기업가치 1조 목표로 잡았지만 기대작 흥행 부진까지
정밀감리 돌입 전 상장 지연 막고 내실 다지기 선택

[아시아경제 조한울 기자] 연내 상장을 추진해왔던 카카오게임즈가 회계 감리 지연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기대작들의 성적이 예상을 밑돌았고 감리까지 지연되면서 당초 목표했던 기업가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게임즈는 18일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그동안 진행해왔던 기업공개(IPO)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말 카카오게임즈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지만 회계 감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상장 준비를 중단했다.

통상 상장 전 감리과정이 1~2개월 가량 소요되지만 카카오게임즈는 3개월 째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위원회의 감리를 받고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이후 감리가 까다로워진데다 블루홀게임즈 등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했던 비상장사 지분가치가 고평가돼 감리가 지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게임 개발사는 무형의 상품을 팔기에 가치를 낮게 보려면 한없이 낮게 볼 수 있어 가치 평가가 어렵다"며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이후 감리를 까다롭게 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감리가 지연되면서 정밀감리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정밀감리가 시작되면 최대 1년까지도 상장이 지연될 수 있는데 그럴 바에 내실을 다져서 다시 도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초 기업가치 1조원을 목표로 했던 카카오게임즈가 원하는 수준의 시가총액을 달성하기 어려워진 상황도 상장 철회 요인으로 꼽힌다. '블레이드2' 등 기대작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데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게임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어 시장의 상황이 더 불투명해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가 원하는 기업가치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해타산이 맞지 않았고 올 초부터 게임주들이 부진했던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던 상장 일정을 스스로 철회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을 철회하고 내년에 재상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진행중인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를 마무리해 내년 IPO 때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상장도 중요한 일이지만, 게임을 개발하고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기업을 인수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이 과제들을 수행해 내년 기업공개 시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겠다"고 설명했다.

조한울 기자 hanul0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