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태양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요? 우리가 매일 눈으로 바라보는 태양은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매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며 자신의 행성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류가 가장 궁금한 부분은 태양풍, 즉 태양에서 불어오는 입자바람인 '태양 플라즈마'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태양 대기의 바깥 가스층인 코로나가 태양의 표면보다 더 뜨거운 이유 등입니다.
태양은 뜨겁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뜨겁길래 인류가 태양을 연구한 지 400연이 넘도록 태양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까요? 용광로에 녹아 있는 쇳물의 온도는 1500℃가 넘습니다. 금속 중 녹는점이 가장 높은 텅스텐은 3410℃가 돼야 녹지요. 그런데 태양의 표면 온도는 그 2배에 가까운 6000℃나 됩니다.
파커는 이 코로나를 뚫고 들어가 태양표면과 더 가까운 거리에 도달한 뒤 태양표면보다 대기층인 코로나의 온도가 더 높은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임무입니다. 이번 탐사의 프로젝트명이 "태양을 만져라(Touch the Sun)"인 이유입니다.
파커는 태양으로부터 620만㎞까지 일곱 차례 근접비행할 예정인데 이전 어떤 탐사선의 접근 거리보다 8배나 가까운 거리입니다. 이 거리는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태양 사이 거리(5790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이 정도 거리에서는 태양은 지구에서 보는 것보다 23배나 크게 보인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현재 과학 수준으로는 무리라고 합니다. 태양열에 녹아버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150만℃에 달하는 코로나를 어떻게 뚫고 태양 표면 인근까지 들어갈 수 있을까요? 이 온도는 우주공간의 온도이기 때문에 실제 탐사선이 견뎌야할 최고온도는 1370℃ 정도라고 합니다. 파커는 지구에 비해 475배 강한 태양의 복사열을 견디면서 기기들을 운용해야 합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를 위해 파커는 11.43㎝ 두께의 탄소복합체 열보호시스템(TPS, Thermal Protection System)을 외부에 둘러 실내온도는 27도를 유지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일종의 탄소 샌드위치인데 97%가 공기인 4.5인치 두께의 탄소발포체를 탄소복합체가 감싸고 있는 형태입니다. 지름이 2.4m에 달하지만 경량소재를 사용해 무게는 72.6㎏ 정도로 가볍다고 합니다.
파커는 또 태양전지판 냉각시스템과 오류 관리시스템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태양전지 냉각시스템은 태양의 강렬한 열 부하에도 무리 없이 전력을 생산토록 하고, 오류 관리시스템은 우주선이 장기간 지구와 통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우주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파커 탐사선의 오류관리 시스템은 방열판 그늘의 모든 가장자리 주위에 배치된 7개의 태양 센서로부터 들어오는 자료를 이용해 탐사선이 지구와 통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장기간 우주선을 보호합니다. 만약 문제가 발견되면 탐사선이 지구와 접촉하지 않을 때도 코스를 자체적으로 정정할 수 있고, 과학장비를 시원하게 유지해 장기간 기능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태양의 열기를 견뎌 녹지 않아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속도입니다. 태양이 태양계 전 천체들의 질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9.84%입니다. 그래서 중력의 크기는 지구의 몇십 배에 달하는데 태양 중력에 빨려들지 않으려면 탐사선의 속도가 초속 190㎞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는 서울-대전 간을 1초에 주파하고, 서울-뉴욕 간 1만1000㎞를 1분에 주파해야 하는 속도인데 인류가 만든 비행체의 최고속도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런 엄청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다른 행성의 궤도에 슬쩍 끼어 중력의 도움으로 가속을 얻는 '스윙바이(swing-by)'해야 합니다. 파커는 이달 말쯤 금성에 도착한 뒤 무려 일곱 차례나 스윙바이해서 태양에 최접근할 때는 시속 69만㎞까지 가속하게 됩니다.
파커는 전자기장과 플라스마, 고에너지 입자들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들과 태양풍의 모습을 3D 영상으로 담을 수 있는 카메라 등이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장비들로 태양의 대기 온도와 표면 온도, 태양풍, 방사선 등을 정밀 관측하고, 태양풍의 속도도 측정하게 됩니다.
파커는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스물네 차례 태양에 근접비행하며 태양 궤도를 스물네 차례 돈 후 태양 코로나 속으로 급강하할 예정입니다. 이런 고된 임무를 수행한 탓일까요?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7년간의 대장정을 마치면 파커는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산화하게 됩니다. 파커의 임무에 경의를 표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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