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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없는 中 투자…시도마다 '퇴짜'

최종수정 2018.09.14 08:55 기사입력 2018.09.1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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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세계 각국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를 꺼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전례없는 중국 자본의 거부 현상을 이제는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14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D)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대외직접투자(ODI) 규모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타고 있다. 2016년 최고치였던 1961억5000만달러에서 지금은 1246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로펌 디처트(Dechert)의 제레미 주커 국제무역부문 대표는 "쪼그라든 중국의 ODI는 중국 투자, 특히 중국 기술에 대한 세계의 경계심이 표현된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은 올해 수십건의 중국 투자 제안을 퇴짜 놨다. 올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에서 거부당한 중국 M&A 규모는 수천억달러에 달한다.

올해 1월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 파이낸셜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받지 못해 미국 송금 회사 머니그램 인수를 포기했고, 3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이유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5월에는 하이난항공그룹(HNA)이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 캐피탈 인수에 대해 미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 인수 포기선언을 하기도 했다.

뉴욕 기반의 시장분석회사 로듐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18억달러에 불과해 1년 전보다 90% 넘게 급감했다. 최근 7년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해외투자에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과 재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해 앞으로 미국의 중국 자본 투자 거부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미국이 안되면 다른나라를 찾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자본의 투자를 꺼리는 국가들이 늘면서 중국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다"며 "중국이 향후 7년 안에 첨단기술을 지배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내놓은 '중국제조 2025' 프로그램을 서방국가들이 '전쟁선포'로 받아들인 것이 중국 자본 투자 거부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달 사이 미국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도 이례적으로 중국 자본의 투자에 '퇴짜'를 놨다. 독일은 지난달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 옌타이타이하이의 독일 기계장비·부품업체 라이펠트 메탈 스피닝 인수를 불허했다. 독일이 외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를 제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뒤 외국 기업 진출을 막은 첫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5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대형 건설업체 에이컨그룹을 중국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에 매각하기로 한 15억캐나다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양측 간 계약을 거부하며 퇴짜를 놨다. 중국 국영기업이 중국 정부 장악 아래 운영되기 때문에 캐나다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자본 투자를 환영해왔던 영국은 미국, 독일, 프랑스의 선례를 따라 외국인 투자 규제기관을 CFIUS 같은 별도의 단위로 분리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7월 해외 기업의 영국 기업 인수를 규제하는 '엔터프라이즈법 2002'에 비해 정부의 개입 권한이 대폭 확대된 '국가안보 및 투자 백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밖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중국 자본 거부 사례가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특히 독일의 중국 자본 M&A 거부 사례는 유럽 전역에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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