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처럼 얇은 책이지만 읽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현대인들이 무척 피곤하게 살고 있다는 정도로 밖에 이해하지 못할듯 해서였다. 하지만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되는 현 상황과 맞물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기는 했다.
네이버의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가 쓴 이 책은 2010년 출간 당시 독일에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만고의 진리처럼 여겨졌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레 스스로를 옥죄는 덫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부분에서 새로운 깨달음도 얻은듯한 느낌이다. 결론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소크라테스의 말도 떠오른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긍정성의 과잉도 피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한병철 교수는 사색, 무위와 심심함, 휴식의 가치를 강조했다.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라는듯 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전부터 패밀리 데이 등으로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제도는 있었는데 이제는 매일이 패밀리 데이인 셈이니 뭔가 계획을 세워 제대로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행 초기 혼란은 있지만 '워라밸'이 강조되는 최근의 사회 흐름과 맞물려 주 52시간 제도의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도대체 예전 선배들은 어떻게 토요일에 회사에 나와 일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된 지 불과 14년 밖에 되지 않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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