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 폭락 사태 일단 숨 돌렸지만…'신흥국 위기 진행中'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신흥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터키 리라화 폭락사태가 소강 국면에 들어갔지만 신흥국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카타르의 투자 발표 등으로 힘을 얻은 터키는 미국과 경제전쟁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갈등 수위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FTSE 신흥국 지수가 전거래일에 비해 2.3% 하락해 신흥국 주식시장이 연고점 대비 20% 떨어진 약세장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1월26일 625.7을 기록했던 FTSE 신흥국 지수는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 이날 502.16을 기록했다. 이날 신흥국 경제를 흔들던 터키 위기는 잠시 진정세를 보였지만, 신흥국 시장에 전체의 불안을 막지는 못했다.

FT는 신흥국 증시가 수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던 데에는 무역전쟁 위기감과 더불어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경제의 위기 국면 역시 신흥국 시장 자본 이탈에 한몫했다. 중국의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의 대표적 기술기업들의 실적 부진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중국 경제 관련 지표 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신흥국 증시에 대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신흥국 주식시장뿐 아니라 통화와 채권 모두 고전 중이다.

폭락하던 터키 리라화는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다소 진정 흐름을 보였다. 한때 달러당 7.2리라를 넘나들었지만, 현재는 달러당 5.9달러 선을 기록하고 있다. 터키 은행규제감독기구(BDDK)가 은행들의 외환스와프 거래 규모를 자기 자본 대비 25%로 낮추는 등 외환거래 규제방안을 내놓은 것 등이 낙폭을 크게 줄였다. 우방국이던 카타르 정부가 터키에 1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시장 진정국면에 기여했다. 그동안의 낙폭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금융협회는 리라화 환율이 달러당 5~5.5리라 선이 적정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터키발 경제위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두 자릿수 물가 상승, 막대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 등 터키 경제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 데다,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이 기대하는 해법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터키 정부는 은행들에 위험 부채를 상환 가능 부채로 조정하거나, 은행들의 자기자본 산정 시 고정환율을 적용토록 하는 등 임시변통식 해법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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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터키와 미국 간의 갈등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 사이의 최대 쟁점인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 석방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터키 법원은 브런슨의 석방 요청을 기각한 상태다. 더욱이 미국이 발표한 제재에 맞서 터키 정부는 미국산 자동차(120%), 술(140%), 담배(60%) 등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터키 정부의 움직임에 미국 역시 발끈하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터키가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한 것과 관련해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더라도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된 관세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