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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100분의 1초'를 어떻게 측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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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항공우주국(NASA)가 우주선 위성항법장치(GPS)의 부품으로 넣기 위해 개발한 원자시계.[사진=NAS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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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빠름을 경쟁하는 스포츠 종목의 중계를 듣다보면 '100분의 1초 차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알파인 스키 같은 종목의 경우 1000분의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고 합니다. 100분의 1초, 1000분의 1초라는 시간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인지하기 힘든 시간입니다. 이런 정밀한 시간은 어떻게 측정할까요?

'원자시계(Atomic clock)'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원자시계는 모든 시계의 표준이 되는 시계이자 가장 정확하고 정밀한 시계입니다. 원자시계는 수십억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고, 5만 년에 1초 정도 오차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처럼 원자시계도 이런 현상을 이용합니다. 원자 안에 있는 전자의 전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세어 시간을 재는 것이지요. 원자가 일정한 진동수의 전자기파만을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해서, 원자가 잘 흡수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읽어 몇번 진동했는지를 세는 방식입니다.
원자 속에 있는 전자들은 특정한 에너지 상태로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하려면 에너지를 두 상태 사이의 차이만큼 흡수하거나 방출해야 합니다. 전자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전자기파를 흡수하려고 할 때 진동이 발생하는데, 원자는 특정한 진동수의 전자기파만 흡수하기 때문에 이 진동수를 셀 수 있는 것입니다.

1956년 이전에는 지구 자전 속도의 8만6400분의 1을 1초로 정의했습니다. 1956년 이후부터 1967년까지는 지구의 공전 속도를 기준으로 1초를 정의했는데 이런 식으로 시간을 정의하다보니 지구의 움직임이 불규칙하면 시간도 변한다는 단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원자시계의 부분.[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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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차가 적은 원자시계가 도입됩니다. 현재 원자시계를 만드는 대표적인 원자는 '세슘(Cs)' 입니다. 현재 세계 표준에서 정의한 1초는 세슘 원자가 흡수하는 전자기파가 91억9263만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입니다. 이는 1967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결정됐습니다.

그래도 미세한 오차(5만 년에 1초)는 발생합니다. 먼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장차 시간에 대한 개념이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 것이지요. 결국 2005년과 2006년 사이인 2005년 12월31일 12시59분59초 뒤에 1초를 추가하게 됩니다. 이는 원자시계와 천체시계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계속 느려지고 있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시간을 바로잡지 않고 수천 년이 지나면 해가 떠있는데도 시계는 밤을 가리키는 황당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자시계의 오차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돼 왔습니다. 2007년 12월 미국 콜로라도대 준 예 교수팀이 스트론튬(Sr) 원자시계를 개발했는데 기술적 보완을 통해 세슘 원자시계보다 정밀한 시간측정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2008년에는 오차가 더 적어진 300만 년에 1초의 오차가 생기는 세슘원자시계가 개발됐고, 2010년에는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제임스 츤-원 처우 박사팀이 레이저 빛을 이용한 광시계가 개발돼 연구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광시계의 오차율은 37억년에 1초 미만으로, 기존 표준시간으로 사용되는 세슘 원자시계보다 100배 이상 정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시계는 세슘 원자시계보다 1초에 10만 번 정도 더 진동하는데 이는 1초에 무려 1만경 정도 진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빨리 움직이는 광시계의 원자를 보기 위해 마이크로파보다 진동수가 더 많은 레이저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광시계라고 합니다.
여섯 방향에서 원자를 포획해서 쏘아 올렸다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진동을 측정하는 광시계의 원리를 설명한 그림.[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여섯 방향에서 원자를 포획해서 쏘아 올렸다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진동을 측정하는 광시계의 원리를 설명한 그림.[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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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5000만 년에 1초의 오차를 목표로 하는 세슘 원자시계를 개발하는 것과 함께 세슘 원자시계보다 훨씬 더 정확한 광시계 계열인 이터븀광격자시계도 개발 중인데요. 이 시계는 300억 년에 1초의 오차를 목표로 연구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자시계는 표준시를 정의하는 역할만 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잴 수 있으면 시간을 잘게 쪼개 쓸 수 있게 됩니다. 하나의 신호를 주고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 유무선 통신을 할 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위성항법장치(GPS)가 대표적입니다. GPS 위성에는 정밀한 원자시계가 들어 있어 신호를 읽고 보내는 시각을 계산하는데 이 시간 차이를 정밀하게 알수록 위치도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물체의 위치를 mm 단위로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것도 원자시계 덕분인 셈입니다.

1초가 틀리면 인터넷과 통신에 엄청난 오차가 발생하고, 100만분의 1초가 틀리면 GPS의 거리가 300m나 차이가 납니다. 10억분의 1초가 틀리면 비행기의 안전한 이착륙이 어려워질 정도라고 합니다. 정확한 시간측정은 곧 인류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과학자들이 100분의 1초와 1000분의 1초 그 이하까지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시계를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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