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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후폭풍]외식물가 폭등 허리 휘는 서민…식당 사장도·알바도 실업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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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책정
외식 자영업자 '가격인상' 고육지책…외식물가 들썩
무인주문기 도입 확산 아르바이트 해고…점주도 알바도 실업자

중구 초동의 먹자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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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가격을 올려야죠.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빚 내서 장사하는데 벌어서 임대료 내기도 벅차고, 올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직원 2명을 내보냈습니다. 그래도 인건비가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30%가량은 더 지출되고 있어요. 인근 식당들 죄다 가격 올릴 때 소비자들 발길이 끊길 것을 우려해 저희는 가격 인상 대신에 무인주문기(키오스크)를 설치해 비용절감을 꾀했어요. 그런데 이젠 답이 없습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메뉴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에요."-종로구의 한 레스토랑 사장 이 모씨.
"혼자살다보니 아무래도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가격이 오른 곳도 많고 가격이 오르지 않은 곳은 죄다 배달비를 2000원~4000원가량 받기 시작해서 제 주머니에서 나가는 외식비 지출이 늘었어요. 외식 자영업자들이 고육지책으로 가격인상 카드를 내밀수 밖에 없을텐데, 내년에는 이보다 더 늘겠죠. 1인가구 외식비 지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동작구에 거주하는 1인가구 박 모씨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는데 최근에 사장이 무인주문기를 도입하면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쓰겠다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지금 저 같은 사람 많아요. 내년에는 더 찾기가 힘들겠죠."-관악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최 모씨.

올해 최저임금이 16.5% 오른데 이어 내년에도 10.9% 인상되는 것으로 결정되자 외식·밥상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식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가격인상' 카드와 함께 인력감축을 위한 '무인 시스템' 도입에 나설 것으로 보여 일자리는 사라지는데 외식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된 이후 15일 오후 주요 먹자골목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기자와 만난 중구의 B 레스토랑은 다음 달부터 잘 나가는 메뉴 가격을 1000~2000원가량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장 규모 때문에 서빙, 주문, 식탁정리 등 총 4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 여파에 알바생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 사장 백 모씨는 "업종 특성상 알바생을 줄이면 운영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일단 버티는데 까지 버티기로 했다"면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내년부터 더 커질 예정이어서 어쩔 수 없이 4년만에 가격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용산구에서 닭발집을 운영 중인 최 모씨도 가격 조정 팻말을 써 붙였다. 최 씨는 일괄적인 가격 인상이 아닌 주요 메뉴 2~3개의 가격을 올리고 공짜로 주던 야채 추가 가격을 2000원가량 받기로 했다. 최 씨는 "작년 하반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장사가 잘되서 알바생을 추가로 써야 할 상황"이라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서 메뉴 값을 조정해 보전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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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따른 외식물가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밖에 없다. 앞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외식물가는 계속 들썩였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대표 외식 메뉴 8개 가운데 7개 가격이 1년 새 올랐고 1개만 지난해와 같았다. 가격이 내린 메뉴는 하나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1인가구의 외식비 지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의도 인근에서 자취를 하는 최 모씨는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고 모두 사먹는데, 외식비 지출이 갈수록 는다"면서 "자주 시켜먹는 배달점의 경우 7월부터 배달비를 받기 시작했는데 내년에는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집에서 해먹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중"이라며 "요리는 못하지만 요즘 가정간편식이 자주 나와 이게 적절한 대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무인주문기 등 인력 감축을 위한 무인시스템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일자리는 점차 계속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남구의 한 커피전문점 사장은 "기계가 아르바이트 직원 3명 몫은 한다고 들었는데, 무인주문기를 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며 "하나 주문하면 수백만원에 달해 부담이 되지만 '렌트'로 하면 인건비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고, 도입하게 되면 직원 3명정도 내보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아르바이트 직원을 내보내고 무인주문기를 고용(설치)했다고 밝힌 한 김밥전문점 사장은 "기계가 솔직히 여러사람의 몫을 한다"며 "인건비 지출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직원을 해고하고 무인주문기를 도입한 이후에는 그나마 적자 신세는 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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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식 가게 사장은 "렌트비용이 월 10만원대여서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쓰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면서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무인주문기 구입이 어려운 가게들은 매달 렌트비를 납부하면서 기계를 빌려 쓰면된다"고 설명했다.

예비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홀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식당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 예비 창업자는 "아무래도 인건비 부담으로 창업을 망설이는 경향이 짙은데,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창업 관계자 역시 "홀 무인시스템은 인건비 절감으로 인한 수익상승을 이끌뿐만 아니라 주방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작은 공간에서의 효율성과 운영의 편의성으로 점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동의 폐업한 한 상가

명동의 폐업한 한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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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아르바이트 등 일용직 근로자들의 월급은 되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외벌이 부담을 줄일려고 집 근처 식당에서 지난 3년간 일을 해온 이 모씨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모든 식당 사장들이 바쁜 시간에만 종업원을 쓰는 등 근로시간을 줄였다"며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증가는 없었고, 월급이 깎여 가계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종사자가 5∼9명인 소규모 음식점과 주점의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올해 3월 받은 시급은 평균 7840원으로 지난해 3월(7221원)보다 619원(8.6%) 올랐다. 지난해 6470원이었던 최저시급이 올해 7530원으로 오른 영향이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월 임금총액 평균은 같은 기간 86만7265원에서 81만6183원으로 5만1082원(5.9%) 줄었다. 2015년 기준 2인 가구 최저생계비(105만1048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4월 평균 월급이 91만4858원으로 2016년 4월(90만388원) 대비 1만4470원(1.6%) 오른 이후 11개월째 줄곧 감소세다.
맘스터치 무인주문기.

맘스터치 무인주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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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영세 업주가 대폭 오른 최저임금에 대응해 주말 등 손님이 몰리는 요일과 저녁시간 등에만 종업원을 쓰거나 카운터에 종업원 대신 무인주문기를 두는 업소가 많아지면서 월 임금총액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소규모 식당 및 주점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3월 120.1시간에서 올해 3월 104.1시간으로 16시간(13.3%)이나 줄었다.

아르바이트 직원들만 일자리와 소득을 잃어가는 것은 아니다. 폐업이 속출하면서 외식 자영업자 사장들도 실업자 신세는 면치 못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강남에 주점을 연 유 모씨는 "김영란법과 혼술(혼자먹는 술)ㆍ홈술(집에서 먹는 술)ㆍ나홀로족 등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매장 관리 비용과 직원 인건비, 임대료 등의 지출로 빚이 계속 쌓이는데,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더 이상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폐업을 고민중"이라고 한숨지었다.
[최저임금 후폭풍]외식물가 폭등 허리 휘는 서민…식당 사장도·알바도 실업자(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최저임금 7530원이 적용되면서 6개월 동안 외식업 현장은 고용인원 감축, 업주의 직접 근로시간 연장 등으로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투현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체의 회식 감소, 연평균 5% 이상의 임대료 및 식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외식업주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세에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음식가격 인상, 종업원 감원, 업주 근로시간 연장, 폐업 결정 등 경영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업종별 현실을 반영한 차등적용을 실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이달 초 발표한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외식업경기지수는 지난 5월 69.45로 집계됐다. 5개월 연속 동결이다. 외식업경기지수는 50~150을 기준으로 100이 초과하면 성장, 100 미만은 위축을 의미한다.

앞으로 전망도 비관적이다. 소상공인 시장경기동향 조사 결과, 음식점업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모두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각각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기동향은 72.0, 60.8로 집계됐다. 100 초과이면 호전이지만 100 미만이면 악화다.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 역시 밝지 않다. 전 산업의 경기전망지수는 86.3으로 집계됐다. 특히 음식 및 숙박점업은 79.5로 전월 83.6보다도 하락했다. 100미만이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향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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