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요구 앞서 현실적 대안 찾을 필요"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지난 10일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자율규제 심사 결과가 발표되자 가상통화 거래소 관계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 했다. 한 달 넘게 걸린 심사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국 '심사대상 전원 통과'란 허무한 결과뿐이었다. 세부 항목별 점수나 순위도 없었다. 여론의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규제 심사 통과를 발판 삼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은행에도 당당히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요구하겠다는 계획은 어렵게 됐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평가 내용도 공개하지 않아 어떤 부분을 어떻게 더 보완해야 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이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분투하고 있는 거래소들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투기→투자 인식 전환…'금융형'= 거래소들이 택한 생존의 방법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금융형'이다. 전문적인 금융 기법을 도입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코인원은 지난 5월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공태인 리서치센터 실장(이사)을 영입하고 시장분석팀을 확대했다. 상장 기업의 잠재 가치를 분석하는 금융 기법으로 가상통화를 분석, 적정 가격과 투자 가치를 산출해 투자자들에게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가상통화시장이 '투기'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논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투자'라는 인식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한중 합작 가상통화거래소인 지닉스 역시 최근 미래에셋 출신의 애널리스트를 영입, 전문적인 금융 기법을 투자시장에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록체인 생태계 키우겠다…'투자형'= '투자형'도 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거래소라는 '나무'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생태계라는 '숲'을 바라보고 있다. 두나무는 최근 두나무앤파트너스를 설립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3년간 1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인수합병(M&A), 소수지분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블록체인 핵심 기술과 응용 서비스는 물론 데이터ㆍ인공지능(AI)ㆍ핀테크(금융+기술) 등 블록체인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미래 기술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후오비코리아도 키움인베스트먼트, 중국의 벤처캐피털(VC) 업체인 뉴마진캐피털과 함께 1000억원 규모 한중합작 펀드를 조성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해 향후 해외 진출 및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가상통화 투자시장은 국제 경제 상황과 각국의 규제에 강력히 영향을 받으며, 특히 현재는 세계적으로 규제가 강해지고 있고 여론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며 "가상통화 거래소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각종 정보가 유통되는 중심인 만큼 거래소들이 단순히 규제 완화를 요구할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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