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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국내 포털 규제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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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포털을 향한 국회의 규제 강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가짜뉴스 모니터링ㆍ삭제 의무, 검색순위 노출금지, 아웃링크 강제, 댓글실명제, 기사배열 자동화 강제 등 플랫폼에 특정 서비스 방식을 강제하는 수십여 개의 법안이 연일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국내 포털을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기업이 아니라 경영방침의 기본적 결정을 국가가 장악하는 '국영기업'화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조차 들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연관검색어에 대한 포털의 정책 변경은 한편으로 이해가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연관검색어 서비스는 사용자의 검색 패턴이 반복되면 일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연관검색어 또는 자동완성검색어가 생성되는 시스템이다. 검색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포털이 모두 제공하는 서비스다.
외국기업과 달리 네이버는 연관검색어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통해 노출 제외 조치를 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타당성 여부를 외부 기관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객관적으로 검증받아 결과를 공개한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 국정원 댓글 등 논란이 많은 이슈들에 대해 모든 이들이 만족할 만한 자체 모니터링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네이버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노출 제외 조치를 하는 경우, 외압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며 이는 결국 포털 스스로 지향하는 플랫폼의 객관성ㆍ공정성을 위태롭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색어 노출 제외 조치를 정기적으로 외부로부터 검증받아, 그 결과마저 일반에게 공개하는 결정을 내리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과, 궁극적으로 검색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커다란 노력으로 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노력은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비난의 근거로 작용한다. 지난번 국정농단 관련 검색어가 적절하게 처리됐는지와 관련해 곤욕을 치른 데 이어, 근래 또다시 재벌총수일가 연관검색어 노출 제외에 대한 비난여론에 직면했다. "조작이나 왜곡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KISO의 종합 검증결과를 존중하기보다는, 검증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포털이 검색어를 고의로 삭제한 것처럼 비난하기 일쑤다. 이 지경이면 정치권과 언론이 뉴스 등 각종 서비스에서 모범사례로 제시하는 '구글'처럼 굳이 '자사의 경영방침'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을 법도 한데, 네이버는 왜 매년 KISO의 검증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뭇매를 맞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일까.
아마도 국회와 언론의 비난ㆍ비판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국내 기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 기업인 페이스북이 외부 데이터분석회사에 사용자 정보를 과도하게 유출했다는 혐의가 밝혀졌을 때에도 규제당국은 국내 기업인 카카오부터 실태조사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실명제ㆍ망 사용료ㆍ세금 등 역차별로 인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규제 시도들은 이미 충분하다. 여기에 앞서 언급된 규제 시도들마저 현실화된다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시장은 국경이 무색한 분야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기에, 국내 기업 책잡기에만 집중하는 규제 방향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비빌 곳 없는 우리 기업을 대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가 안타깝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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