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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알아본]'16.5도 소주' 참이슬·처음처럼 "알코올 도수 왜 낮췄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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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소주 도수 2도 가량 내려…1000억 주정값 절감
제조원가 줄일 수 있고, 출하량은 증가 '도수 인하 효과 톡톡'
참이슬·처음처럼 시장점유율 70%…출고가는 안내려 '꼼수' 비난
[굳이 알아본]'16.5도 소주' 참이슬·처음처럼 "알코올 도수 왜 낮췄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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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예전에는 소주 도수가 30도가 넘었는데, 이제 16.5도까지 낮아졌다니 신기하네요." 국내 유명 주류업체에서 다년간 근무했던 한 취재원은 점심에 기자와 만나 소주 한잔을 마시면서 '소주 30도 시절'을 추억했습니다. 소주가 30도에 달했다니, 듣고도 믿을 수 없는 도수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기자가 주류업체에 출입한 이후 소주 도수는 지속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소주 '참이슬 후레쉬' 알코올 도수를 낮춘 데 이어 롯데주류도 '처음처럼'의 도수를 낮췄습니다. '참이슬 후레쉬'는 17.8도에서 17.2도로 낮아졌습니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의 주력제품인 '부드러운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7.5도에서 17도로 내렸고, '진한 처음처럼'은 21도에서 20도로, '순한 처음처럼'은 16.8도에서 16.5도로 각각 1도, 0.3도씩 내렸습니다.

이제 애주가들 사이에선 '대체 도수는 어디까지 내려갈까'라는 우스갯소리가 심심찮게 흘러나옵니다. 그렇다면 도수를 낮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이 밝힌 소주 도수를 내린 이유는 하나 같이 소비자 트렌드에 따른 것입니다. 부드러운 소주를 찾는 트렌드가 강한 만큼 도수를 낮춘 소주로 공략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자도 이에 동의합니다. 저도주 소비 트렌드는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홈술·혼술 문화가 강해지면서 순한 술을 찾는 경향도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소주 도수가 낮아지면, 원료인 주정(酒精)이 적게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소주는 주정에 물을 섞어 만드는데, 도수가 내려가면서 주정값이 절감되는 것이죠. 도수는 낮췄지만 출고가격은 변함이 없습니다. 의문의 출발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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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과 처음처럼 도수 인하 기사를 접한 많은 소비자들도 이를 궁금해 하나봅니다. 도수 인하 기사에는 "왜 출고가는 안내리냐", "도수 인하하면 주정 덜 들어가는데 가격을 내려야지" 등의 댓글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주정값을 낮춘만큼 소비자를 위해 용량을 늘리거나 출고가를 인하해야 하는데도 이익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들은 도수를 낮춘 '이득'에 대해 '영업비밀'이라면서 절대 입을 열지 않습니다.

1924년 첫 출시 당시 진로 소주의 도수는 35도였습니다. 이후 소주의 도수는 1965년 30도, 1973년에 25도로 점차 낮아졌죠. 식량부족 문제로 정부가 양곡을 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 생산을 금지해 알코올을 물에 희석시키는 지금의 희석식 소주가 대량생산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25도 소주는 30년간 사랑받았습니다. 25도의 벽은 진로에서 참이슬로 이름을 바꾸며 1998년 등장한 '23도의 참이슬'로 깨졌어요. 당시 파격적인 도전으로 의견이 분분했지만 출시 후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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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것은 먼 이야기니 최근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은 지난 5년간 꾸준히 도수를 인하했습니다. 참이슬은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도수를 인하했습니다. 2월 19도에서 0.5도 낮춘 18.5도로, 11월에는 18.5도에서 17.8도로 0.7도 낮췄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값 0.6원을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 참이슬이 0.6도 내려가면서 소주 1병당 주정값은 3.6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뜻이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소주는 총 36억1512만병(360㎖). 이는 전년보다 9605만4090병 늘어난 것입니다. 이중 참이슬은 18억1166만40병 팔려 시장점유율 50.1%를 기록한 국내 명실상부한 1위 브랜드입니다. 지난해 판매량(18억1166만40병)으로 계산해보면 약 65억원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처음처럼은 지난해 6억3434만2920병(점유율 17.6%)이 팔렸습니다. 이번에 0.5도를 낮춘 17도 제품을 생산하면서 19억원의 주정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됩니다. 처음처럼은 2014년초 기존 19도에서 1도를 낮춰 18도로 출시됐고 11월 18도를 17.5도로 0.5도 낮췄습니다.

업계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원가절감한 비용이 1000억원 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들 소주업체가 원가절감 효과를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익이 늘어난만큼 출고가를 인하하거나 용량을 늘리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보해양조입니다. 보해양조는 2014년 소주 도수를 19도에서 17.5도로 낮추면서 용량을 360㎖에서 375㎖로 늘렸습니다. 보해양조와 비교해보면 진짜 도수를 내린 이유가 '부드러운 소주 트렌드'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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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게 전문가들은 업체가 도수를 낮추면 주정 사용량이 줄어 제품 제조원가를 줄일 수도 있고, 출하량도 증가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일거양득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출하량은 왜 늘까요? 애주가 A씨의 말을 들어보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와이프가 순한 소주를 좋아해서 도수가 낮은 제품을 고르게 됩니다. 그런데 함께 마시다 보면 전 기분이 좋은 느낌이 올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알코올이 덜 들어가니 취기를 덜 느끼고 예전과 같은 취기를 느끼려면 더 마셔야 해서 꼭 한병을 더 추가로 구매합니다."

즉 도수가 낮춘 소주가 출시되면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주를 몇 병을 마셨는지 보다 적정 취기에 올랐는지 여부에 따라 음주를 멈추는 습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소주 출고량이 늘어나는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20도 소주가 등장한 2006년 소주 출고량은 95만6634㎘로 전년대비 3%가량 늘었고, 19도로 낮춘 2012년 역시 출고량은 2.6% 증가했습니다. 소주를 마시는 모든 이들이 병당 알코올 양이 줄면 더 많은 소주를 마신다는 뜻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효자 '소주'로 불효자 '맥주'를 메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슨 뜻일까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수년째 맥주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소주 사업에서 얻는 이익으로 맥주 사업 부진을 만회한다는 분석입니다. 업체들이 주장한 것처럼 트렌드를 공략하기 위해 '도수'를 내렸다면 소비자들의 지적하는 '출고가 인하'나 '용량 증대'에 대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소주는 대한민국 국민 삶의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친구'이니까요.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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