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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은 사진관, 주민은 모델"… 밀려드는 관광객에 '몸살'

최종수정 2018.06.04 10:29 기사입력 2018.06.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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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한옥마을운영회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 집회를 열고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며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북촌한옥마을운영회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 집회를 열고 늘어나는 관광객들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며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북촌은 지금 사진관…주민은 모델? 북촌문제는 북촌주민과 대화하라"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이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인한 불편에 고통을 호소하며 서울시에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북촌한옥마을운영회는 2일 북촌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북촌 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주차문제로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져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일상생활이 힘들 지경"라고 호소했다.

전세계적으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일컫는 '오버투어리즘'은 환경·생태계를 파괴하고 관광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해당 집회가 열린 날 북촌 주민 김모(72)씨는 "비교적 조용하고 공기가 좋아서 이곳에서 30년을 살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고통받는 적은 처음"라며 "휴식 공간인 주거지에서 고성,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등 무례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다 보니 주거의 개념이 없어졌다.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서울시가 한옥 보존을 빌미로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묶어 재산권 행사도 못 하고 한옥마을의 유지·보수 책임만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서울시가 북촌을 한옥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는 정책을 쓰지 않겠다면 지구단위계획을 풀어 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81)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갑자기 가게 안으로 불쑥 들어와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가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음료를 마시던 컵도 그냥 두고 나간다"고 말하며 이들을 '골칫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광객 등쌀에 못살겠다며 한옥을 떠나는 사람들, 이른바 '투어리피케이션(주거지가 관광화돼 거주민이 떠나는 현상)'이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4월 기준 서울 종로구 삼청동과 가회동 주민등록인구는 7369명으로 2011년 8970명에 비해 17.8% 줄었다. 같은 기간 종로구 인구 감소율 8.3%의 두 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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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 북촌한옥마을운영회 관계자들이 관광객 방문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 북촌한옥마을운영회 관계자들이 관광객 방문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회동 주민 정모(72)씨는 "관광객들은 현관 문이 열리면 불쑥 들어오거나 집안 사진을 찍는다"며 "쓰레기 무단 투기, 문고리를 잡고 흔드는 등 소음 공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와 같은 상황은 해외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등 손꼽히는 관광지들은 관광객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 필리핀 정부는 4월26일부터 6개월간 잠정 폐쇄를 결정했다. 밀려드는 관광객 탓에 오염이 지나쳐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수상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도 매년 3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탓에 주민들은 환경·생태계를 파괴하고 관광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이에 베네치아시 당국은 지난달시내 주거지역으로 들어오는 지점 두 곳에 회전문으로 된 검문소를 설치했다. 성수기가 되면 현지 주민만 통과시키려 한 조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시내 호텔 신축을 금지하고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서비스업체)의 영업 일수를 50일로 제한했고 시내 운하를 오가는 보트는 교외에서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달부터 밤 11시 이후 홍등가 관광을 금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신규 호텔 허가를 중단하고 불법·미등록 주택 임대 관리를 강화하는 등 관광 수요 억제를 위한 대책을 시련하는 중이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여름 관광지인 마요르카는 여름 성수기 방문객에게 관광세를 부과하는 등 비용 부담을 높이는 방식으로 관광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한편 종로구는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고자 구청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정숙관광' 홍보 동영상을 새로 등록하고 북촌관광안내지도와 골목길관광안내지도 등에 안내문구를 적고 있다. 또 해설사를 통해 '정숙관광' 캠페인을 알리고 관광객 밀집 지역에 '정숙관광' 표지판과 현수막을 설치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지난해 열린 '주거지역 관광 명소 주민피해 실태조사 연구용역' 토론회에서 "북촌한옥마을 등 관광객이 집중된 주거 밀집지역은 관광 수용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며 "서울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한 만큼 이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라고 말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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