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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박처원과 문재인‥'이북5도위원회'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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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박처원과 문재인‥'이북5도위원회'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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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실향민', '이북5도민', '이산가족', '피난민'. 모두 6.25 전쟁을 전후해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 '1987'에서 배우 김윤석이 연기한 '박처원 치안본부 대공처장'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그는 어린 시절 '빨갱이'에 의해 집안 식구들이 몰살 당한 후 간신히 살아 남아 남으로 내려와 빨갱이를 때려잡는 '애국경찰'이 돼 입신양명에 성공한다. 그러나 겉모습일 뿐, 실상 그는 군사 독재 정권을 유지하는 폭력의 하수인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하는 범죄자일 뿐이었다. 북에서 땅과 재산을 몰수당하고 목숨을 위협당해 쫓겨 내려온 실향민 입장에서 어찌보면 '반공투사'는 정해진 길이었다. 기독교 성향 피난민 청년들로 구성된 '서북청년단'은 4.3사건 당시 제주도에 내려가 수만명의 목숨을 해쳤다. 김구ㆍ여운형 선생 등 이승만에 반대하는 주요 인사들을 암살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반면, 긍정적인 업적을 이룬 이들도 많다. 널리 알려진 대로 정주영 고(故) 현대그룹 회장은 미수복 지역인 강원도 통천군 아산리에서 태어난 실향민 출신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처럼 전쟁의 참혹한 폐허를 딛고 온갖 역경을 헤쳐가며 '한강의 기적'을 함께 이뤄낸 이들도 많다. 2세까지로 범위를 넓혀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해당된다. 문 대통령은 흥남 철수 당시 부모님이 미군의 배에 탑승해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 2세'다. 흥남 철수가 없었다면 문 대통령도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때 인구 절반인 '2000만명'이 이같은 실향민, 이산가족이었다. 계속 줄어들었지만, 1983년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때만 해도 '1000만 이산가족'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현재는 비공식적으로 '800만 실향민'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1세대 기준 30만~40만명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요즘 다시 '잊혀져 가던' 실향민의 존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남북 화해 협력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다. 정부가 1949년 이후 유지해 온 '이북5도청(이북5도위원회)'의 존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원 대상인 실향민 1세대가 소멸되어가는 상황에서, 남북 교류 협력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미수복' 지역에 대한 관할권 행사를 목적으로 한 행정 조직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이북5도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아시아경제의 보도 후 "'존폐 논란'이 아니라 새로운 위상 정립이 요구된다로 바꿔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북5도위원회는 "행정조직의 기능과 목적은 시대가 요청하는 사항을 수용ㆍ발전시켜 변화ㆍ적용해야 한다"며 "이북5도도 최근 남북평화시대에 부응해 평화의 메신저로서 역할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승만 정부가 해방 직후 만든 '이북5청', 1970년 특별법 제정에 따라 정식 직제로 편입된 이북5도위원회는 과거 이승만ㆍ군사 독재 시절 반공 교육의 진지였다. 민주화 이후에는 이북5도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펼치는 기관이었다. 최근 들어선 이북5도민 단체 지원과 이북5도 향토 문화 자료 수집, 탈북자 교류·지원 등 외에 별다른 업무가 없다. 연간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 중 40억원이 넘는 돈이 인건비로 쓰인다.

비록 현재 헌법상 이북5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하더라도, 남북은 이미 1991년 유엔 동시 가입으로 서로의 체제를 인정한 터였다. 물론 그동안은 겉으로는 웃더라도 속으로는 칼을 가는 형국이었다고 치자. 그러나 앞으로 북핵ㆍ미사일 폐기가 완료된 후 대북 교류와 통일의 과정이 본격화되면 '이북5도청'의 존재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북한도 1960년대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에 이남 지역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로의 국가 체제를 인정하고 교류 협력을 하는 처지에 '미수복 지역'을 담당하는 행정 조직이 공식 국가 직제에 남아 있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게 뻔하다.

게다가 당초 시혜 대상인 1세대들도 대부분 사망하고 이북5도엔 가본 적도 없는 2~3세로 회원이 대체되고 있다. 타 시ㆍ도 주민들과의 형평성 및 특혜 논란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 또 해외 거주민 초청 행사, 연봉 1억원대 별정직 차관급의 도지사와 명예 시장ㆍ군수ㆍ읍면동장에 대한 연 20여억원의 인건비 지급, 무상 사무실 제공 등은 다른 시ㆍ도 및 향우회 조직에는 지원 사례가 없다. 대부분의 실향민과 그 후손들은 존재 조차 잘 모르는 이북5도 관련 조직을 일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의 적폐가 되어버린 이북5도 관련 행정 조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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