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전화를 한 것은 판문점 선언 직후와 확 달라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문 대통령의 '해석'을 듣고 싶어서였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2일 한미 정상을 불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이 최근 북미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태도가 달라지자, 백악관 역시 우려감이 커진 상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직접 나서서 북한의 비핵화 모델이 리비아식이 아니라는 점과 체제 안정을 직접 거론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탈북 종업원 송환을 요구하는 등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단 백악관은 북미회담 장소인 싱가포르에 준비팀을 파견하는 등 예정대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동료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회의적인 시선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미 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각 등이 많지 않아 쟁점 의제 등을 조율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말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 관리들은 북한이 4월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일부 합의 내용조차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북한의 약속 이행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미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태도는 문 대통령이 설명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다"면서 "북한의 예전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당국자는 "북한의 의도는 회담 전에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거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트럼프 탓으로 돌릴 명분을 축적해놓거나, 아니면 회담에서 완전히 발을 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와 관련해 중국 측의 영향을 의식하는 시각도 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2차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지적하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에 대한 지원방안을 찾아본 것 역시 북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중국을 달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미ㆍ중 무역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ZTE 제재 철회 여부도 명시화되지 않음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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