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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홍준표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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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뜨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특히 그렇다. 정치인은 본인의 부고 외에 어떤 기사든 지면을 장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지명도와 인지도가 상승하는 탓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소재로 홍 대표는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의 트레이트 마크인 막말을 통해서다. '위장평화쇼', '김정은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은 성명서'라는 평가는 그나마 양반이다. 심지어 우리측 '주사파'가 김정은과 손을 잡았다는 발언까지 등장했다. '민족 자주의 원칙'이라는 표현에 시비를 걸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판문점 선언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고 한 발언은 홍 대표를 향해 던져야 할 것 같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도 주사파다. 1972년에 합의한 '7.4 남북 공동성명'에 민족 자주의 원칙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노태우 정부 당시 남북 기본합의서도 남북의 자주적 노력으로 평화와 통일의 토대를 마련하자고 명기했다.

그의 막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 터져 나오는 발언들은 위험수위를 뛰어 넘는다. 그는 남북이 모두 자신을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전례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한다. 또 세상이 미쳐간다고도 했다.

질타하는 국민을 하이에나로 몰고 간 전례는 없다.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전 세계를 향해 미쳐간다는 주장도 공당의 대표 입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본인이 옳다고 주장하는 '견강부회'는 역대급 발언 목록에 올려야 할 정도다.
그의 위험한 발언은 창원에서도 이어졌다. 자신을 규탄하는 시위대를 보고 "창원에 빨갱이들이 많다"고 한 것이다. 빨갱이 발언의 논란이 커지자 홍 대표는 "경상도에선 반대만 하는 사람을 두고 농담으로 '빨갱이 같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논란을 차단하려던 것이 더 불씨를 살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홍 대표와 한국당을 반대하는 세력은 다 빨갱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과 다름이 없다. 남한에서 빨갱이에 담긴 비극적이고 뒤틀린 역사를 감안할 때 과연 농담 삼아 할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홍 대표의 연이은 구설수는 정치판을 '봉숭아 학당'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당은 졸지에 콩가루 집안으로 전락했다. 오죽하면 한국당의 아성인 대구ㆍ경북의 지방선거 후보자들까지 홍 대표와 선을 긋기 위해 전전긍긍할까.

막말로 뜨는 홍 대표 때문에 후보들은 되레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해당 행위다. 급기야 4선의 강길부 의원이 탈당을 내걸고 홍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홍 대표를 향해 더불어민주당의 'X맨'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홍 대표를 산타클로스라고 평가했다. 지역구의 절에 가서는 홍 대표 연등을 보고 그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는 웃지 못 할 촌극도 벌어졌다. 지난 대선의 차점자가 가진 작금의 위상이다.

사석에서 만난 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색다른 평가를 내렸다. 그동안 비빔밥처럼 섞여서 구분이 안 된 '극우'와 '합리적 보수'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나게 한 기여도가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홍 대표의 막말 시리즈는 차후 어떤 색다른 평가가 내려질 지 새삼 궁금해졌다.

공자는 '논어'에서 지혜로운 자의 분별력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더불어 말을 해야 할 때 더불어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하지 않아야 할 때 더불어 말하면 말을 잃는다.'

결국 지혜로운 자는 말의 시기가 적절해야 하고 그 내용이 진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홍 대표에게 '논어' 한 권을 선물로 부쳐야 할지 고민이 된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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