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현대차-모비스 합병해라"…주가 띄우기 의도 역력

엘리엇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을 흔들고 있다. 현대차 그룹이 세운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주주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를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내놓았다.

엘리엇의 이같은 행동은 지배구조 개편에 목적이 있다기보다 주가부양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엘리엇의 현대차 그룹 주식 지분 비율은 1% 남짓으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은 23일(현지시간) '현대 가속화 제안서(Accelerate Hyundai Proposals)'를 통해 기존에 현대차 가 밝힌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공식 반대 의사를 밝히고 현대차 와 현대모비스 의 합병 후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새로운 개편안을 제시했다. 엘리엇은 "지주사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로 재탄생시킴으로써 현재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엘리엇은 배당 증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가치 확대 방안도 현대차 그룹에 요구했다. 엘리엇 측은 " 현대차 와 현대모비스 의 과대화된 대차대조표 해소를 위해 현재, 미래의 모든 자사주를 소각하고, 기아 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ㆍ현대글로비스 주식에 대한 적정 가치를 검토하고 자산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당지급률을 순이익 기준의 40∼50%로 개선하는 명확한 배당금 정책을 마련할 것도 주장했다.

폴 싱어 엘리엇 창업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지분율을 근거로 엘리엇이 주가 부양에 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 , 기아 , 모비스 주식 10억달러(한화 약 1조 500억원)어치를 보유 중이다. 엘리엇이 각 사의 지분을 1% 정도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하는 것은 현대차 그룹을 향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다는 데 기인한다. 현대차 의 외국인 비중은 46%, 기아 는 38%, 모비스는 48%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없어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이익이 없는 엘리엇이 보유한 주식으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이번 제안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분석이다. 엘리엇의 이 같은 행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와 유사하다. 엘리엇은 당시 삼성물산 지분 7%를 사들인 뒤 양사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소송은 기각됐다. 주주총회 표 대결도 펼쳤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안서를 받은 현대차 그룹은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현대차 그룹 측은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본 출자구조 재편에 대한 취지와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첫 관문인 현대모비스 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주주총회는 다음달 29일 열린다. 양사는 주총에서 분할, 합병에 관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양재사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