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는 거울" 원칙적용 시사 금감원 특별감리 …"자금회수 보장 없어 비용처리 해야"
무형자산 비율 높으면 회계부정 낙인 주가 악영향
특별감리 10곳 영업손실 규모 조정 불가피할 듯
업계 "산업특성은 외면" 반발…대응책 마련 부심
"금융감독원이 연구개발(R&D)비 처리 관련 특별감리 기업으로 우리 회사를 선정했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면서 주가가 계속 빠지고 있습니다."(바이오 A사)
최근 금감원이 제약ㆍ바이오 10개사를 선정해 R&D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 특별감리에 나서면서 바이오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R&D 비용의 상당부분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왔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의 반발에 금감원은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을 받아보겠다"면서도 '투명한 회계'라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 회계 처리 논란이 해소될 여지가 생겼지만, R&D 비용을 바라보는 금융당국과 업계의 시각차가 너무 커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바이오협회, 5월 대책회의 "R&D 구조적인 접근 필요"=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바이오협회는 다음달 신약 개발ㆍ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ㆍ체외진단기기 등 주요 기업 대표들과 회동을 갖고 R&D 비용 자산화 처리기준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이날 회의에는 각 기업의 회계를 담당하는 회계법인 관계자도 참석한다. 이와 함께 협회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며 R&D 비용 처리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금감원의 특별감리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바이오 산업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다들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연구 개발에 오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회계처리 투명성' 강경 입장에 뒤바뀌는 재무재표= 금감원의 강경한 태도에 회계법인이 보수적인 잣대로 전환한 것도 바이오기업엔 악재다. 그동안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던 R&D 비용을 회계법인이 뒤늦게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영업 흑자가 영업 적자로 돌아선 기업도 적지 않다.
차바이오텍 은 지난달 실적 정정 공시에서 지난해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8억8000만원의 영업손실로 정정했다. 이로 인해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차바이오텍은 '관리종목'에 지정돼 3영업일간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제넥신 은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64억원에서 269억원으로 대폭 정정했고, 유전자 치료제 기업 헬릭스미스 도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적자폭이 기존 29억에서 69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 향후 특별감리 대상인 대규모 바이오업체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제약ㆍ바이오 상장사 152곳 중 83곳(55%)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다국적제약사도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R&D 비용을 처리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특별감리를 실시해 감독원의 관점과 각 회사의 소명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으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외부위원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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