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례 지하 핵실험으로 지반 침하 우려에 휩싸여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를 전격선언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지역이 바로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다.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6차에 걸친 지하 핵실험이 진행된 곳으로 지반이 몹시 약화돼 대규모 산사태와 지반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의 돌무지떼 유적 모습. 풍계리가 자리한 길주군 일대는 함경도 일대에서 살기 좋은 고장으로 손꼽혀 구석기시대 유적들이 많이 남아있다.(사진=북한지역정보넷)
원본보기 아이콘풍계리가 자리한 길주(吉州)군은 원래 함경도의 중심 고을 중 하나로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여살았다고 한다. 이후 고대국가인 옥저(沃沮)의 중심지역 중 하나였다가 고구려에 병합됐다. 오늘날 길주라는 이름은 고려 말기인 1390년, 이곳에 살던 여진족들을 몰아낸 것을 기념해 '살기 좋아진 곳'이란 의미로 붙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초기까지는 함흥과 함께 함경도의 대표도시로 손꼽혔고, 그래서 당시에는 함경도를 함길도(咸吉道)라 불렀다. 이후 '이시애의 난'이 발생해 역도의 고향이라 하여 지역 대표도시의 자리를 경성에 빼앗겼기 때문에 함경도가 됐다고 한다.
2006년 10월9일,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시작되면서 풍계리는 북핵 위기의 현장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뒤이어 2009년 5월, 2013년 2월, 2016년 1월, 2016년 9월, 그리고 지난해 9월까지 6차례에 걸친 핵실험이 이어졌다. 그 결과 지반이 몹시 약해지면서 만탑산 정상이 4m 정도 내려앉았다는 추측이 나왔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에서 풍계리 만탑산의 '산(山) 피로 증후군(tired mountain syndrome)'이 우려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산 피로 증후군은 계속된 핵실험으로 지반 내부가 크게 약해져 대규모 산사태나 지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을 뜻한다.
이런 정황 때문에 이번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두고 평화를 위한 유의미한 제스처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차례 실험으로 이미 노후화가 심해진 갱도를 재사용하기 힘들고 전반적인 지반 침하가 일어날 경우엔 길주군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으며, 풍계리 지하와 백두산의 지하 마그마층간 거리가 10km 안팎으로 매우 가까워 백두산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때까지 지나친 확대해석을 삼가야한다는 신중론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과 같이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북한은 평안북도 영변의 핵실험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해 유화적 제스처를 표명했지만, 불과 1년도 넘기지 못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했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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