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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주 52시간 근무…시범운영 기업들, 희비 엇갈리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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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주 52시간 근무…시범운영 기업들, 희비 엇갈리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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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A IT기업에 다니는 정영준(33·가명)씨는 올해 들어 퇴근 후 집에서 잔업을 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정씨가 다니는 회사가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시범 운영하면서부터다. 하루 10시간 미만으로만 사무실에 상주하도록 지침이 내려왔지만, 업무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다. 주 52시간 근무 시범 운영 전에도 잦은 야근으로 업무량을 가까스로 소화해내던 정씨는 결국 퇴근 후에도 집에서 회사 전산망에 접속해 업무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B 자동차기업 연구직으로 근무 중인 양경민(29·가명)씨에게 주 52시간 근무는 그림의 떡이다. 이 회사 생산직의 경우 지난해부터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제를 운영 중인 데다가 특근을 토요일에만 허용해 최장 근로시간이 주당 48시간이지만, 연구직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얘기다. 양씨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된다고 하지만, 우리 같은 연구직에게도 온전히 적용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시행 중인 C 전자기업에서 스마트폰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최승범(30·가명)씨는 삶의 질이 높아졌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잦은 야근에 주말 근무도 빈번했지만, 각 직원들에게 배분된 업무량도 보다 효율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매일 정시에 퇴근하게 된 최씨는 퇴근 후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며 그간 무심했던 건강 챙기기에 나섰다.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 근무를 시범 운영 중인 일부 대기업들이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 ‘눈 가리기 아웅’ 식의 업무 개선을 추진하면서 그 효율성을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는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50~299인 사업장과 5~49인 사업장은 각각 2020년 1월1일, 2021년 7월1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국내 대기업들은 7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주 52시간 근무와 관련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SK하이닉스도 2월부터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LG전자의 경우 2월부터 보다 파격적인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초과를 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가 양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한 삼성 계열사의 경우 권장 근무 시간인 주 40시간 대신 52시간으로 기준을 정하고, 하루 최대 10시간까지 근무토록 하고 있어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출입카드 기록으로만 근무 시간을 책정, 퇴근 후 잔업을 피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은 “퇴근 후 집에서 보는 업무는 모르는 척 눈 감으면서, 사무실 상주 시간이 10시간에서 1분만 초과되도 잔소리가 돌아온다”며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에 앞서 각 기업들의 업무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업무량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근로시간만 줄인다면 결국 퇴근 후 잔업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직장 밖에서의 근무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이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안정적으로 정착하게끔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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