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뇌졸중(腦卒中·stroke)'이란 병명 자체가 주는 느낌은 섬뜩할 정도입니다. 뇌졸중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뇌가 죽어간다'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사지오등(死之五等)'이라고 해서 신분에 따라 죽음을 5등급으로 나눠 불렀습니다. 천자(天子)는 붕(崩), 제후(諸侯)는 훙(薨), 대부(大夫)는 졸(卒), 선비는 불록(不祿), 서인(庶人)은 사(死)라고 했습니다. 그 잔재가 현재까지 남아 고인의 신분을 높이고자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뇌졸증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고에 '졸'을 사용할 정도로 신분이 높거나 부유층이 아닌 서민층에게 뇌졸중은 고통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으로 구분합니다. 병의 원인에 따라 출혈성 뇌졸중은 뇌출혈, 허혈성 뇌졸중은 뇌경색이라고 부릅니다.
뇌출혈과 뇌경색이 발생하면 뇌혈관을 통한 산소와 에너지 보급이 중단됩니다. 뇌세포에 산소와 에너지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가 사멸하고 해당 부위의 뇌기능은 정지합니다.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1분에 200만개의 뇌세포가 죽는 만큼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뇌졸중이 위험한 것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 사망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자신의 일생 중에 적어도 한 번은 뇌졸중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2초에 1명씩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6초에 1명씩 뇌졸중으로 사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10만명이 넘는 뇌졸중 환자가 새로 생깁니다. 5분에 1명씩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10분에 1명씩 뇌졸중으로 사망합니다. 오죽하면 '세계 뇌졸중의 날'이 있을 정도일까요.
뇌졸중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갑자기 찾아오는 병세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3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 투입 등 적절한 응급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실제 뇌졸중 발생 후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는 20.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뇌졸중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후유증이 심한데다 재발 가능성마저 높기 때문입니다. 뇌졸중 환자의 3분의 1은 1개월 이내에 사망하고, 3분의 1은 약간의 장애가 남아 장기간 가정 간호가 필요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영구적인 장애를 안고 여생을 살아야 합니다.
뇌졸중 발생 후 한 달 내 재발률은 1~4%, 1년 내 재발률은 5~25%, 5년 내 재발률은 20~40%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높아집니다. 전체 뇌졸중 환자의 25% 정도는 5년 내 재발을 경험합니다. 재발한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1차 발병 때의 2배, 치매 위험은 3배 더 증가한다고 합니다.
신체 장애, 언어·지적 장애라는 후유증과 높은 재발 위험은 물론, 긴 치료 기간에 따른 치료비와 간병비 등 엄청난 비용도 온 가족을 힘겹게 합니다. 환자보다 가족을 더 아프게 하는 병. 뇌졸중이 '부자병'으로 불리며, 가장 무서운 병으로 불리우는 진짜 이유 아닐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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