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쯤 되면 제가 물러나야 될 때인지 아닌지 스스로 안다. 옆에서 물러나라 마라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몇 년 전 당시 혼외자 문제로 현직 검찰총장의 거취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그보다 먼저 검찰총장을 역임했던 한 법조인이 한 말이다.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으니 당연히 자신에게도 생각이 있지만 “전직들의 입을 빌려 현직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려 해서는 안된다”며 여론몰이에 나선 당시 정부와 언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 밖의 다른 ‘전직’들은 입을 굳게 다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좋은 때가 오면 이야기 하겠다”는 ‘전직 총장’도 있었고, “이번에는 어떻게 꼬아서 쓸려고?”라면서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 ‘전직 장관’도 있었다. 모두 길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현직 검찰총장에게 사퇴압박을 가하는데 힘을 보탤 수 없다’는 뜻은 분명해 보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당시 전직 장관과 총장들은 “무슨 일만 있으면 언론이나 정권에서 총장의 거취를 거론하는 것”에 몹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검찰총장쯤 되면 물러 나야할 때와 자리를 지켜야 할 때를 스스로 아는데 왜 옆에서 흔들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늘 책상 서랍에 사직서를 넣어두고 다니는 것이 총장인데 꼭 그렇게 물러나라고 쪼아댈 필요가 있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의 거취가 세간의 관심거리다. 장관과 청와대를 향해 ‘법률가로서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며 직격탄을 날린 뒤 과연 그가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심지어 검찰내부에서 조차 문 총장이 곧 사직서를 낼 것처럼 떠들며 ‘검란(檢亂)’을 입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문 총장이 자리를 걸고 수사권 조정 등 검찰현안과 맞서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차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퇴하라”라는 요구를 하거나 사퇴를 부추키는 듯한 모습은 정도가 아니다.
검찰 내부자라면 물론이고 외부자인 언론이 할 짓도 아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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