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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선거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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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방선거때 두고 봅시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힘을 보여줍시다."

강남권에 위치한 한 재건축 조합 임원은 최근 총회를 마친 자리에서 주민들에게 "힘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모든 정비 절차를 통제 받아야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거철이 다가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구의원, 시의원은 물론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후보들까지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부동산 공약은 빠질 수 없다.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자산인데다 개발 방향이 정해지는 것만으로도 수억 원의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다. 선거철마다 후보들이 선거지 내 정비사업 사무실을 돌며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표만 던져주면 100층 재건축도 허락해줄 태세의 이른바 '부동산 정치'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집값 규제의 직격탄을 받아온 서울 강남 재건축 조합에선 벌써부터 이번 6ㆍ13 지방선거에서 최고 35층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또 일부 재건축 조합은 지방 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 위헌 소송을 냈다. 선거기간 해당 구청장과 구의원, 시의원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들에게 본격적인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렇다고 유권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강화, 한강변 초고층 건립 등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큰 틀만 유지하고 있을 뿐 용산 마스터플랜,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 압구정 일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재심의 등 주변부 시장에서 파급력이 큰 사안은 은근슬쩍 선거 이후로 미뤘다. 봉은사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건도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지는 분위기다. 더욱이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불교경전 보관 건축물인 '판전'의 유형문화재 지정을 선거를 앞두고 2년여만에 결정한 것도 오해를 불어올 만한 사안이다. 판전이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초고층 빌딩으로 일조권이 크게 침해돼 문화재가 훼손될 수 있다는 봉은사 측의 주장에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 역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수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은 3선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선거철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일부 기득권 유권자들이 표심을 무기삼아 각종 지역개발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선동한다. 한쪽에선 보유세 강화 등의 특단의 대책을 통해 집값을 잡아야 한다며 맞선다. 지방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표심이 부담스러워 언젠가는 치러야할 일을 미루고 감춘다. 결국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지방선거의 의미는 퇴색되고 지역 사회의 논란과 갈등만 키운다.

선거철 부동산을 정치 논리로만 접근하면 왜곡된 결과를 낳게 된다. 이제는 유권자도 정치인도 달라져야 한다. 눈치보는 정책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정책과 행동이 나와야 한다. 부동산은 정치가 아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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