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에 가중치 낮아…소비자, 가격상승에 더 민감한 영향도
한은은 올해 들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무게를 실고 있다. 시작은 '2018년 경제전망'을 발표한 지난 1월 부터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직전 전망치(1.9%)보다 0.2%포인트 낮은 1.7%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견조한 경기개선세'를 배경으로 6년 5개월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3% 성장을 하고 국제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우리도 금리인상을 고려할 때가 올 것 같은데 시기를 예단하긴 어렵다"며 시장의 인상 기대감을 낮추기도 했다.
한은의 '속도조절'은 이달 들어 더 명확해졌다.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던 2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는 금통위원 다수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기회복에 따라 올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에 불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내수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높일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1.50%로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기준금리가완화적인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물가상승률 둔화로 올해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흐름이 지난 1월의 전망경로에 못 미치게 될 하방위험이 높아졌다"며 향후 물가흐름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같은 한은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공식물가와 체감물가의 격차가 커진 영향이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1.4%를 기록했다. 반면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물가상승률 수준인 한은의 물가인식 같은 달 2.5%를 기록했다. 체감 물가가 공식물가보다 1.1%포인트 높은 것이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이 격차가 1.5%포인트로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0%포인트대를 기록했던 물가간 격차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통계청이 통계에 적용하는 가중치, 소비자들의 인식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통계청은 조사하는 460개 품목의 가중치 합계는 1000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하는 품목에 높은 가중치를, 그렇지 않은 경우 낮은 가중치를 매기고 있다. 예를 들면 월세와 전기료, 휴대전화요금 등에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반면, 식료품에 매기는 가중치는 0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부진하다'는 분석에 공감 못하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배경 중 하나다. 한은은 2015년 7월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상승률이 괴리를 보이는 것은 소비자가 가격상승에 민감하지만, 하락엔 둔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하이브 연봉 1위는 민희진…노예 계약 없다" 정면...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