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자율성 훼손 시대착오 개헌안…할말 많지만 침묵하는 재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양대노총 의견만 반영 근시안적" 신랄한 비판 분위기 속…익명 요구하며 침묵
'동일가치 노동' 등 불분명한 개념·표현 대혼란 가져올 것
생산직 임금 체계 근간인 호봉제 무너뜨려
노동권 강화 분쟁 소지, 사회주의화 하자는 얘기
기업 하향평준화, 성장욕구 저해 우려도 제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해 경영계가 공식적인 의견 표명을 하지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헌법에서 노동권을 대폭 강화하고, 경제민주화 조항을 통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를 명문화 할 경우 대립적인인 경제 구조가 구축돼 기업 자율성의 훼손을 가져오고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하향 평준화를 유도하는 헌법이 될 것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21일 국내 주요 기업과 재계 단체들은 정부 개헌안에 대해 "노동조합측 의견만 반영된 근시안적인 개헌안"이라는 반응을 내 놓았다.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기업들은 물론 재계 단체들도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 기업측 입장을 대변할 경우 '적폐'로 지목 받는 사례가 많아지며 정상적인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것이 최근 재계의 분위기다.

재계는 1차 개헌 발의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불분명한 개념과 표현을 지적했다. 정부는 개헌안에 '동일가치 노동 동일수준 임금 지급 노력 의무 신설' 조항을 넣었다. 재계는 '동일 노동' 보다 더 광의의 개념인 '동일가치 노동'이 헌법에 기재될 경우 대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동일 노동의 경우 한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직업규칙(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 등)에 따라 차별 받아선 안 된다는 개념이다. 동일가치 노동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다른 일을 하더라도 같은 가치(생산성)를 만들어 낸다면 동일가치 노동에 해당된다. 헌법에 기재돼 광의의 의미로 해석할 경우 서로 다른 기업이라 해도 같은 재화를 만드는 노동자가 같은 가치의 일을 한다면 동일가치 노동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더 나아가 생산직 임금 체계의 근간인 호봉제도 무너뜨리게 된다.
재계 단체의 한 관계자는 "법률은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을 노사가 대등하게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데 이번 헌법 개정안의 노동권 강화 부분은 향후 분쟁의 소지가 크다"면서 "아직 개념도 정리되지 않은 '동일가치 노동'을 헌법에 명시할 경우 자유시장을 부정하고 사회주의화 하자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조건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겠다는 점과 맞물릴 경우 노사 관계에서 기업은 일방적으로 파업 등의 조치에 당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의 유턴 대신 있던 생산기지도 해외로 옮기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를 시행중인 독일, 스웨덴, 덴마크의 경우 제각기 도입 의도가 달랐다. 독일의 경우 기업들이 값싼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는 과정에서 자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도입했고 스웨덴과 덴마크는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도입했다.

기업들의 하향 평준화 및 성장 욕구 저해의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을 헌법에 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보호와 육성, 중소기업에 대한 별도 조항, 소비자 권리 강화 등의 경제민주화 기본 논리가 헌법에 기재될 경우 지나치게 기업 경영에 정부가 간섭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헌법 기재전에도 중기특화, 소상공인 특화 업종 등으로 보호해 왔는데 헌법에서 이를 규정할 경우 기업들이 시장내 특별한 보호를 통해 거래 장벽을 만드는 것이 일상화 될 것"이라며 "정부가 앞장서 시장을 파편화 하고 특정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 상황과 관련없이 보호하겠다는 것인데 기업이 성장하고 확장하는 대신 중기, 소상공인에 머물러 보호만 받으려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