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식품에만 그쳐…의류 ·생활용품까지 가격 인상 영향 미칠 가능성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 워킹맘 김보영씨(42)는 요즘 '집밥' 할 맛이 안 난다. 다니는 회사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제도'를 도입해 야근이 없어진 이후 굳게 결심했던 것 중 하나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엄마표 저녁밥을 매일 선물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물가가 너무 올라 선뜻 손이 가는 물건이 없는 게 문제다. 매운 오징어볶음을 좋아하는 아들과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 남편, 오늘따라 갈치구이가 생각나는 김씨. 가족을 위한 메뉴들을 준비하려 각종 재료들을 카트에 몇 개 담았더니 어느새 4만원이 넘었다. 김씨는 "이럴 거면 1인 1메뉴로 식당에 가서 사 먹는게 손도 안 가고 훨씬 속 편하다"며 "계란프라이에 김치랑만 밥 먹어야 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판매하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5% 상승하면서 인상 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파의 영향으로 배추 등 농산물 가격이 7.4% 상승했고, 오징어 어획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산물은 5.0% 올랐다. 작년보다 내린 품목은 달걀이 유일했는데, 이 영향으로 축산물은 4.1% 하락했다.
품목별 가격 인상 수치를 보면 '가계 비상벨' 소리는 더 커진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1월 생산자 물가지수에 따르면 물오징어 중품 1마리 평균 소매가는 4260원에 달한다. 평년 대비 43.5%, 전년 대비 27.4%나 오른 수치다. 주꾸미 100g 가격의 경우 2007년 2000원대였다가 현재 4000원대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 올해 최저임금까지 오르며 몇몇 협력사들이 가격 인상을 현실화 하는 중"이라며 "제조사들이 가격을 언제 올릴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식품에만 그치고 있지만 의류 ·생활용품까지 가격 인상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식비 마저 올라 주부들의 손발이 묶였다. 설렁탕, 햄버거 등 외식프랜차이즈들 뿐만 아니라 도시락, 김밥, 국밥 등 외식메뉴, 주요 생활용품 가격까지 가격 인상 행렬에 가세했다. 자녀들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착한 한끼' 대표 종목이었던 햄버거 가격마저 올랐다. 버거킹은 이달 2일부터 주력 제품인 '와퍼'와 '불고기와퍼' '뉴올리언스 치킨버거' 등 버거류 10종, 사이드메뉴 2종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앞서 롯데리아 ·KFC ·모스버거 ·맥도날드 ·맘스터치 등에서 주요 제품 값을 올리면서 최근 6개월 사이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모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써브웨이가 2월1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최대 6.7% 인상했다. 이에 따라 스테이크&치즈 샌드위치 등 일부 제품은 30㎝ 크기 기준으로 1만원을 훌쩍 뛰어넘게 됐다.
순대국 같은 부담 없었던 메뉴마저 가격이 상승했다. bhc가 운영하는 순대국 프랜차이즈 큰맘할매순대국은 2월10일자로 순대국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20%에 달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이제 5000원짜리의 착한 한끼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외식비 상승은 지표로도 나타난다. 통계청 2월 물가동향에 따르면 특히 외식비가 포함된 음식 및 숙박 요금이 2개월 연속 2.8%의 상승률을 보였고,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의 경우 전월보다 2.9% 상승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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