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의 늪에 빠진 한국GM=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GM은 2014년 3332억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15년 9930억원, 2016년 6315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최근 3년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6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63만대에 달했던 수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는 4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2013년 미국 GM 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 판매량이 저조하자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연간 20만대의 수출물량이 사라진 것이 결정타였다. 유럽에서 다니는 쉐보레 차량 90% 이상이 한국에서 수출된 제품일 정도로 유럽은 한국GM에 큰 시장이었다. 유럽 물량을 주로 생산했던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 인건비는 매년 올라 회사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으며 지속되는 노조의 파업은 한국GM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GM은 현재 임금 수준이 2002년의 2.5배까지 뛰었고 총 인건비(2015년 기준)는 2010년과 비교해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14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결과 3년간 5000억원 가까이 인건비가 증가했다. 국내 공장들이 고비용 공장으로 꼽히면서 본사는 한국GM에 신차ㆍ생산 증가 물량을 배정하지 않으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여기에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노조는 파업으로 맞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GM 본사에서 카젬 사장을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으로 보내자 일종의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카젬 사장은 "한국GM은 3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런 상황은 수용 불가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견제장치가 사라진 것도 철수설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10월 16일을 기점으로 산은이 보유한 GM의 한국GM 자산매각에 대한 거부권(비토권)이 종료됐다. GM은 2002년 옛 대우차 지분을 매입하면서 15년간 경영권을 유지겠다고 약속했다. 한국GM 경영에 대한 산업은행의 견제권이 사라지면서 GM이 한국 철수를 결정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산은 지원 압박하나= GM은 여러차례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 GM의 회생을 위해 한국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배리 앵글 GM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청와대 관계자, 산업은행 관계자 등을 만났을 때도 GM이 한국GM에 신차를 배정하는 조건으로 천문학적 지원을 요구했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는 말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한국에 대해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는 등 강경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분위기를 틈타 GM이 강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경영 전략이기 때문에 기업의 논리에서 봐줘야 한다"면서도 "정부도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고,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 역시 "관련 내용을 확인 중에 있지만 낼 수 있는 공식 입장은 없다. 소액주주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지만 우리가 어떤 입장을 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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