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정부가 공무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지급하는 '맞춤형 복지포인트' 사용처를 강제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복지포인트의 약 절반을 생명보험 가입과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구매에 사용해야 해 '맞춤형'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3년차 공무원인 A씨는 지난 1월1일 복지포인트로 약 300포인트를 지급받았다. 본래 A씨가 지급받았어야 할 포인트는 기본으로 지급되는 500포인트에 근속수당을 더한 총 520포인트였다. 하지만 17만원 상당의 생명보험 가입료와 남은 포인트의 10%를 온누리 상품권 구매 비용으로 공제한 뒤 포인트가 지급됐다. 복지포인트는 매년 1월1일 연 1회 지급되며 1포인트는 1000원으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보험 강제가입은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규정 제7조는 '공무원조직의 안정성을 위해 전체 공무원이 의무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복지혜택으로서 생명보험ㆍ상해보장보험 등으로 구성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A씨는 "이런 규정에 대해 사전에 명확한 설명이 없었고, 보험가입을 법으로까지 강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복지포인트의 30%를 온누리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전 부처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통일부 소속 공무원 B씨는 "지난해까지는 복지포인트의 10%를 상품권 구매에 사용했으나 올해부터는 30%까지 사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가 대폭 줄었다"고 털어놨다. 현재 일부 부처를 제외하고 대부분 부처는 지침에 따라 복지포인트의 30%를 온누리 상품권 구매에 사용하고 있다.
송경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취지를 몰라서 공무원들의 불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며 "공무원 역시 개인의 가치관이 있고 자율의지가 있는데 국가에선 공무원들에겐 일단 강제하고 보는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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