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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워라밸 성지]"근무시간 1시간 줄었지만 실제론 4시간 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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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 등 유통기업, 일·가정 양립 정책 박차
직원들 '워라밸' 향상에 대부분 만족하지만 일부 불만도
이마트 직원이 매장 물품을 체크하고 있다.(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 직원이 매장 물품을 체크하고 있다.(사진=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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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높은 업무 강도로 악명 자자하던 유통기업이 '신의 직장'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간 롯데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의 사내 복지 경쟁 속 상대적으로 조용하던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2월8일 그간의 조용한 행보를 일거에 반전시켰다. 돌연 "2018년 1월1일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한 것.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주 쓰는 표현처럼 '깜짝 놀랄' 일이었다.

유통업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이게 만든 발표 이후 요즘 신세계 내부는 시끌시끌하다. 긍정적인 반응이 많지만 주 35시간 근무가 익숙지 않은 임직원들의 불만도 나온다.

과거 신세계의 근로시간은 우리나라 법에서 정한 주 40시간이었다. 이를 5시간 줄이면서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만 근무하게 됐다. 보통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신세계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신세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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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to-5제' 시행으로 다수는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일과 개인 삶 사이의 균형)이 향상됐다"고 만족스러워 한다. 신세계면세점의 한 직원은 "퇴근 시간이 1시간 앞당겨지면서 사실상 하루 4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 전에는 오후 8시까지 야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제 오후 5시엔 무조건 업무를 마쳐야 하니 일단 3시간을 아낀다. 퇴근길 도로를 본격적으로 막히기 시작하기 전에 이용하니 또 1시간가량을 덤으로 얻는다는 설명이다. 이 직원은 "오후 업무 시간이 빡빡한 것 정도는 앞으로 익숙해지면 그만"이라며 "업무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돼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저절로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달라진 환경에 익숙지 않은 구성원도 있다. 이마트는 직원들 컴퓨터가 오후 5시30분 자동으로 꺼지는 PC 셧 다운제를 시행 중이다. 사전에 담당 임원의 결제가 없으면 PC가 꺼진 뒤 재부팅되지 않는다. 신세계백화점 사무실에서도 오후 5시20분이면 자동으로 PC가 종료된다. 10분 뒤에는 사무실 전체 불이 꺼진다. 지속적으로 근무 연장이 발생하는 부서에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퇴근 시간까지 업무를 마쳐야 하는 것이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른 신세계 계열사 직원은 "회사 측에서 오는 3월 정도까지 직원들 퇴근 시간 준수 여부를 엄정하게 체크할 예정이라더라"면서 "업무량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그럼 퇴근 시간을 맞추려고 새벽 같이 출근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푸념했다. 그러면서 "3개월 지나면 모든 게 흐지부지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과 롯데 직원들.(사진=롯데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과 롯데 직원들.(사진=롯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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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도 최근 신동빈 회장 진두지휘 하에 적극 일·가정 양립 정책을 펼치면서, 특히 여직원 만족도가 높다. 롯데는 여풍(女風) 조성 차원에서 여성 자동육아휴직제도 도입과 기간 연장, 전 계열사 유연근무제 시행, 여성 인재 채용 비율 40% 목표, 2020년까지 여성 간부 비중 30%로 확대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남직원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도 결국 여성 복지 확대와 맞닿아 있다고 롯데는 설명했다. 2012년부터는 매년 여성 리더십 향상을 도모하고 관련 사내 전략을 논의·결정하는 '롯데 WOW(Way of Women) 포럼'이 열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근무하는 한 여성 직원은 "확실히 조직 분위기가 유연해지고 업무 효율성은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직원 우대 분위기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내부 불만 여론도 없는 게 아니다. 롯데는 올해 간부 승진 인사를 앞두고 있다. 여직원들이 과거보다 많이 승진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그만큼 입지가 줄어든 남직원들은 초조함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롯데 각 계열사 인사 담당 부서들은 간부 승진 자격 시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대리→과장' 진급자를 선별하고 있다. 3~4월께 계열사별로 진급자가 발표될 예정인데, 그룹에선 여직원 위주 선발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한 남직원은 "간부 승진 자격 시험에서조차 탈락자가 속출하는데, 여성 인재 확대 정책이 더해지면서 남성들의 과장 진급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일부 남직원은 앞으로 승진 등 직장생활이 더 어려워지겠다고 판단하고 이직을 고려하는 것도 봤다"고 귀띔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조직문화 개선, 일·가정 양립 등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기 전부터 중시하고 준비해왔다. 2014년 임직원 모두에게 조직문화에 대한 공통된 의식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업계 최초로 기업문화지침서를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여성 임직원 전용 업무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 사이엔 다양한 모성 보호 제도들을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의 일·가정 양립 정책 강화에는 사회적 분위기 외에도 그룹을 이끄는 정지선 회장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 그룹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앞뒤 재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다.

정 회장의 이 같은 방침은 올 들어 더욱 확대되고 있는 현대백화점 복지 제도에서 잘 드러난다. 현대백화점은 자녀를 둔 남직원을 대상으로 남성 육아 참여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남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세부안을 살펴보면 파격적이다. 현대백화점은 1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직원을 대상으로 휴직 후 3개월간 통상임금 전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유통업계 최초다. 또 자녀를 출산하게 된 남직원을 대상으로 기존 출산휴가(7일)를 포함해 최대 1개월(30일)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육아월 제도를 도입했다. 남직원들이 육아월 사용 이후에도 자녀 양육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달 간 근무시간을 2시간 줄여준다.

현대백화점의 한 직원은 "이렇게 하면 업무는 제대로 될지 우려스러울 때도 있다"면서도 "회사가 사회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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