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의 인공기 발언, 사실상 햇볕정책 폐기 수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사실상 햇볕정책의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남북의 한반도기 사용은 물론 북한의 인공기 입장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는 듯한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대선 패배 이후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으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안 대표는 통합반대파와의 합의 이혼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양당 통합이 본격화되면서 안 대표가 국민의당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햇볕정책과 결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왔다.

그 와중에 안 대표의 인공기 발언이 튀어나왔다. 안 대표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한반도기 입장에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안 대표는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힘들게 전 국민적 열망을 모아 유치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상징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반도기 대신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어 "나아가 인공기 입장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북한 선수단보고 태극기를 들고 입장해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안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한반도기는 물론 인공기도 들지 못한 채 개막식에 입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당의 대표가 올림픽 참가국이 자국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올림픽의 관례조차 허락할 수 없다는 과격한(?) 주장을 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북한 선수단의 올핌픽 참가를 반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반도기는커녕 인공기조차 허락할 수 없다면 북한은 대표단 파견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 자국 국기를 들고 입장하지 말라는데 어느 국가인들 반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만약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안 대표는 '견강부회(牽强附會)식' 억지 주장을 펼친 것과 다르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모순된 주장만 내세우는 구태 정치의 전철을 밟은 격이 된다. 평소 새 정치를 표방해 온 안 대표로서는 두고두고 ‘주홍글씨’의 낙인이 찍힐 발언으로 회자될 소지를 남겼다.

안 대표의 인공기 발언은 안보관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인지, 유 대표의 의견에 동조하다가 튀어 나온 말실수인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으로 미루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는 분명히 결별 선언을 한 셈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의 한반도기 반대, 태극기 찬성, 북한은 인공기 들지 말라는 발언은 기본지식을 넘어 기본상식도 없는 무뇌상태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