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장 가격 개입은 최저임금 부작용 막기 위한 '고육지책'
눈치만 보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직격탄 맞는 점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외식ㆍ프랜차이즈업계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업계 불만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지켜내기 위해 시장 가격을 강제로 억누르고 반시장 정책을 쓰면 결국 자영업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 부작용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1일 열린 제 1차 물가관계차관회의 및 14차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생활밀접 분야에서 불법적인 가격인상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겠다"며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통해 가격을 인상할 경우 엄중 조치하고, 외식 등 개인서비스 분야 불공정 가맹사업거래에 대한 감시와 대응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까지 겹쳐 인건비 부담이 큰 외식·프랜차이즈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공정위의 감시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만회하려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연일 기름값마저 오르면서 배달대행비도 만만치 않은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인근의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는 일찌감치 본사가 가격을 올렸는데, (우리)가맹본부는 정부 눈치만 보고 있어 가맹점주들의 속앓이만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건비 부담이 큰 업종의 특성상 새해 벽두부터 외식·프랜차이즈업계 가격 인상이 봇물을 이뤘다. 전국에 50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신전떡볶이는 최근 가격을 5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세트 메뉴 가격도 조정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원재료 및 물가상승을 반영한 것이란 게 가맹본부의 설명이다.
햄버거 가격도 들썩였다. 일찌감치 가격인상 총대를 멘 롯데리아를 중심으로 KFC가 가격을 올린 가운데 이어 모스버거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모스버거 측은 "품질유지 및 향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단품 5종 가격을 인상했다"며 "대신 인기 세트메뉴 3종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가격을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불고기버거 100원, 새우버거 200원을 인상하는 등 버거와 디저트, 음료 가격을 최대 5.9% 올렸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인건비와 유류비, 매장 임대료 상승 등으로 가맹점에서 가격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판매가 조정은 2년9개월 만으로, 늘어나는 운영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더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며 "점주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가맹본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단체 행동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2018 한국 경제 7대 이슈’ 보고서에서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가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되는 경우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의 가격 전가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과 물가안정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노동연구원도 2015년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을 10% 인상하면 전체 소비자 물가가 연간 0.2∼0.4% 인상된다고 예측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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