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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한국건설, 다시 해외다]100분 걸렸던 유라시아 출근지옥, 15분으로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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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외부 출구(유럽)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외부 출구(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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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타트 한국건설, 다시 해외다 <10> SK건설
2008년 아피메르케지社와 공동 수주
120m 3300t짜리 터널굴착장비 제작
보스포루스해협 해저 관통 5.4km
육지접속도로까지 총연장 14.6km
수시로 지질상태 확인하며 굴착 완료
2041년까지 유지보수·시설운영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터키의 경제 수도라 불리는 이스탄불에는 바다가 마치 강줄기처럼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고 있다. 이 좁은 보스포루스해협을 기준으로 유럽과 아시아가 쪼개진다. 배로 20분이면 닿는 짧은 거리지만 차를 이용해야 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출퇴근 시간은 지옥이었다. 인구 1500만명의 빽빽한 도심지를 빠져나와 보스포루스 1교를 끼고 다시 돌아내려오기 까지 100분이상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 같은 불편함은 싹 사라졌다. SK건설이 완공한 유라시아 해저터널로 이동시간은 단 15분으로 단축됐다.

SK건설이 역대 최고의 수주로 자랑하는 유라시아 해저터널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루스해협 해저를 관통하는 5.4km짜리 복층 터널이다. 터널은 유럽쪽인 카즐리체시메(Kazlicesme)와 아시아에 접한 괴즈테페(Goztepe)를 연결하며 육지 접속도로까지 포함하면 총 연장이 14.6km에 달한다. 하루 평균 약 12만대의 차량이 이용하고 있다.
SK건설은 2008년 터키의 건설업체인 야피메르케지(YAPI MERKEZI)와 건설ㆍ운영ㆍ양도(BOT) 방식으로 유라시아터널 프로젝트를 공동 수주했다. 전체 사업비는 12억4000만달러(한화 약 1조3200억원)이며 지분은 SK건설(32%)과 SK가스(18%), 야피메르케지(50%)가 각각 보유중이다. 2008년 사업권을 확보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해저터널 분야는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싹쓸이하던 것으로 국내 기업으로는 SK건설이 최초로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SK건설은 오는 2041년까지 유지보수와 시설운영을 도맡아 운영수익을 받는다.

수주를 따낸 기쁨도 잠시 2009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에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국제 금융을 구조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각종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그 결과 SK건설은 사업권 확보 4년만인 2012년 말 국내외 굴지의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약정 체결에 성공했다. 경색된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도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세계 10개 금융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자금조달규모는 9억6000만달러로 이 중 한국수출입은행이 2억8000만달러, 한국무역보험공사가 1억8000만달러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참여했다.

금융약정 체결 성공의 배경엔 터키 정부와 대주단 간의 채무인수 보증약정을 통해 터키 최초의 민관협력사업(PPP)을 이끌어 낸 것이 주효했다. 이 보증약정은 사업의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터키 정부가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이 포함돼 있는 약정으로 6개월에 걸쳐 SK건설을 포함한 사업주와 터키 정부, 대주단 등 3자가 치열한 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영국의 세계적인 금융전문지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매거진은 "SK건설의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는 세계 유수 금융기관의 투자를 이끌어 낸 PF사업의 모범사례"라며 '2012년 올해의 프로젝트(Deal of the Year)'로 선정했다.

금융조달 이후 본격적으로 착공 준비에 돌입한 SK건설은 2013년 유라시아 터널을 뚫을 핵심장비인 터널굴착장비(TBM) 제작을 완료했다. '일디림 바예지드(YILDIRIM BAYEZID)'로 명명된 이 TBM은 단면 직경이 아파트 5층 높이와 맞먹는 13.7m에 총 길이 120m, 무게 3300t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터널굴착장비다. 바예지드는 오스만투르크 제국 전성기를 일군 위대한 술탄 이름. 일디림은 술탄 바예지드의 터키어 별칭으로 번개라는 뜻이다.

TBM은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터널 단면과 현장의 지질ㆍ지반ㆍ지하수 등 작업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된다. 유라시아 해저터널에 사용되는 TBM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SK건설은 정확한 지질조건 파악을 위해 두 달간 해저물리탐사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는 해협의 빠른 유속을 버티고 최대 해저 100m가 넘는 지층의 지질분석을 위해 석유개발에 사용되는 시추선도 투입됐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폭이 좁고 인근 흑해와 마르마라해의 수위차와 염분차로 인한 밀도류로 인해 유속이 초속 3~4m로 매우 빠른 편인데 이는 울돌목이라 불리는 한국의 명량해협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저탐사 후에는 3차원 물리탐사를 진행해 시추 간격 사이의 지반상태를 재확인하는 작업도 거쳤다.

유라시아 해저터널 위치

유라시아 해저터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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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SK건설은 마침내 총 연장 14.6km의 해저터널 구간 중 보스포루스 해협 3.34km 해저구간을 TBM으로 관통하는 데 성공했다. 하루 평균 25t 트럭 100대 분량의 토사를 퍼 올리며 7m씩 전진한 지 16개월 만에 보스포루스 해협 밑바닥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이진무 SK건설 유라시아 해저터널 현장소장은 "최첨단 모니터링 장비를 24시간 가동해 TBM 굴진방향의 지질상태를 체크하며 공사를 진행했다"며 "동시에 터널 내부로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한 차수그라우팅 작업까지 수행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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