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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취약 공화국]<상>반복되는 대형 참사…"정권 바뀌어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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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취약 공화국]<상>반복되는 대형 참사…"정권 바뀌어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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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프롤로그 -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후 우리 사회에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자성이 일어났다. 생명 경시 풍조, 돈과 효율성을 중시해 안전을 소홀해 온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하지만 3년 7개월여가 흐른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로 부터 얻은 교훈은 사라진 지 오래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대형 사고로 수십명씩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던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된 후에도 변한 것은 없다. 그 원인과 근본적인 대책인 무엇인지 살펴 본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5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년여 전 발생해 130명이 숨지거나 다친 의정부 도심형 생활주택 화재 사고와 판박이였다. 내외장재가 불에 잘 타는 소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1층이 주차장이고 계단이 가운데를 관통하는 필로티 주택이라 대피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불길과 연기가 급속도로 확산돼 29명이나 숨진 대형 참사다. 2층 사우나에서 발견된 20명의 여성 희생자들은 폐쇄된 실내에서 불이 난 줄 조차 모르다가 연기에 질식돼 숨지고 말았다.
한국은 대형 참사 다발국가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인 2014년 5월26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터미널에서 공사 도중 화재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공사장에서 용접 도중 불꽃이 튀어 발생한 이 화재는 공사장 안전 관리가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틀 후에는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원 중이던 노인 환재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있었다. 병원 측이 화재 예방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환자들을 침대에 묶어 놓는 바람에 제대로 대피하지 못해 숨지는 등 요양 병원 안전관리의 심각성이 노출됐다.

이어 그해 10월17일에는 소규모 공연이 벌어진 성남 판교테크노벨리에서 환풍구 붕괴 사고가 일어나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공연을 관람하던 이들이 부실한 환풍구 위에 올라가는 바람에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구조물이 무너져 발생한 참사였다.

또 2015년 1월10일엔 경기도 의정부 도심형 생활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부상당했다. 규제 완화를 틈타 마구잡이로 건설된 도심형 생활 주택들이 얼마나 안전에 소홀한 지 입증된 사례다. 2015년 9월5일 발생한 전남 해남 돌고래호 전복사고의 경우는 세월호 참사 후 해상 안전 관리가 그렇게 강조됐음에도 여전히 헛점투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도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현장 붕괴 사고,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 관광버스 화재, 올 들어서도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 경남 창원터널 유류 화물차 폭발 사고,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충돌 사고, 경기 용인 물류센터 타워크레인 사고 등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고들이 대부분 자연적 요인ㆍ우연 등이 아닌 안전 관리의 총체적인 부실의 결과물, 즉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제도적ㆍ법적 문제가 방치되는 와중에 시설물 관리 주체 등의 준비ㆍ대응이 부실하고, 안전 관리ㆍ구조ㆍ진압 등을 담당한 당국의 무능력함이 겹치면서 대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도 마찬가지다. 불에 극히 취약해 화재가 날 경우 '불쏘시개'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외장재(드라이비트)가 쓰이도록 방치한 정부, 이를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다 쓴 건축주 등은 제도적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목조로 된 내부 구조물들로 인해 화재가 층을 넘어 번지도록 설계가 됐음에도 인허가를 통과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중이용시설물의 경우 화재가 나면 큰 인명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사업장 측의 철저한 안전 관리ㆍ대피 유도 등이 필요하지만 종업원ㆍ사업주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윤호 안전실천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안전 인프라의 강화를 촉구했다. 이 사무처장은 "세월호 후에도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정부나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안전에 투자하는 것에 인색하고 말만 앞세운다"며 "우리 사회가 세월호 때 노출됐던 문제점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전은 호들갑스러운 대책 발표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꾸준한 투자로 습관과 문화, 의식을 바꿔야 한다"며 "현 정부가 대응은 빨리해 칭찬을 받지만 결국은 사후약방문이 되는 경우가 계속되고 있다. 예방과 점검, 훈련, 교육 등에 초점을 맞춘 근본적인 안전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도 "앞으로 모든 신규 건축에는 불연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가연성 외장재를 쓴 건축은 외장재를 뜯어내고 내화성(불연성) 외장재로 교체해야 한다"며 "의정부 화재참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결과 똑같은 참사를 겪게 되었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사회로 대전환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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