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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찰나의 삶,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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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이 세계는 우주에 비하면 미세한 점에 불과하고, 인간의 삶도 찰나일 뿐이다.…인생은 투쟁이고 세계는 낯선 이를 위한 임시 수용소일 뿐…그런 우리에게 유일한 버팀목은 철학뿐이다.”

로마 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 한 대목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으로부터 인간 이성이 비롯됐다고 봤다. 철학은 이성의 가장 고양된 형태일 것이다. 물론 이는 위대한 정신이거나 양심에 속하는 영역이다.
지상의 정치는 때로 오만해진 권력으로 양심과 대결하곤 한다. 소크라테스는 독약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고, 플라톤은 정치적 이상인 ‘철인(哲人) 정치’를 구현하지 못한 채 수 차례 추방되는 고초를 겪었다.

인류에게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능력이 없다면 힘의 논리만 남게 될 것이다. 이성의 마비이거나 상실이 되겠다. 물론 헷갈릴 때도 있다. 이해관계 때문에 무의식중에 이익을 옳음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럴싸한 외피가 현혹시키기도 한다. 그럼 이건 어떤가.

“그 때 최승호하고 박성제 해고시킬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해고시켰거든.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가지고 해고를 시킨 거에요."
지난해 초 공개된 과거 MBC 고위 임원의 녹취록 중 일부다. MBC의 미래 전략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 ‘증거 없이 해고시켰다’는 명제에 대한 판단은 어렵지 않다.

증거 없이 해고된 이가, 증거 없이 해고를 단행한 회사의 사장으로 돌아왔다. 이러니 영화계의 푸념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다. 다만 희대의 국정농단 스토리가 가슴을 치는 분노의 화염을 일으켰다면, 이번에는 가슴을 관통하는 밝은 전율로 느껴진다는 점이 다르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마음이다. 누구나 평안과 안락을 지향한다. 눈 앞에 그런 산뜻한 길이 열려 있으면 냉큼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법하다. 하지만 철학이 없는, 결국 낭떠러지일 수밖에 없는 길 끝이 번연히 보이는데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현실은 씁쓸할 따름이다. 그렇게도 눈 앞의 이익은 힘이 센 것 같다.

반대로, 들어서면 수많은 가시덩쿨에 온 몸에 상처가 날 것을 각오하고도 가야할 길도 있는 법이다. 또 그런 길을 마다 하지 않는 이들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인류의 길이기도 하겠다. 때로 가시덩쿨 너머 새로운 길로 인도하기도 하며, 어려운 말이지만 의로운 정신을 지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회사로 돌아간 이용마 'MBC 기자'가 병마와의 싸움에서도 승리의 기쁨을 맛 볼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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