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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 158돌]②다윈은 왜 유전학의 아버지 '멘델'이 보낸 편지를 읽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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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레고어 멘델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레고어 멘델 모습(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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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다윈의 진화론이 1859년 출현해 영국에서 한참 논쟁이 되면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을 때, 유럽 중앙부 깊숙한 체코 모라비아 지방의 브르노(Brno) 수도원에서는 진화론과 함께 현대 생물학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전학이 탄생하고 있었다. 유전학의 아버지라 알려진 그레고어 멘델(Gregor Johann Mendel) 수도사가 완두콩을 가지고 유전학 실험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

사실 다윈의 진화론은 멘델의 유전법칙 발견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있다. 멘델 사후 그의 서재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견됐는데, 밑줄을 열심히 쳐가며 읽은 상태였다고 한다. 특히 그의 관심은 종의 기원에 등장한 '잡종(Hybrid)'에 대한 내용에 집중돼있었다고 한다. 멘델은 1862년 브르노에 자연과학학회를 만들었고, 여기서 진화론에 대한 강연도 열심히 들은 바가 있으며 후에 다윈에게 편지와 함께 자신의 논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멘델이 보낸 편지와 논문은 다윈 사후 그의 서재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상당한 분량을 자랑하는 다윈의 노트들과 서적 사이에서 발견은 됐지만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제대로 읽어만 봤다면 세계 과학사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추정도 있지만, 아직도 왜 다윈이 멘델의 편지조차 읽지 않고 그대로 쌓아뒀는지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멘델의 유전법칙 도표(사진=위키피디아)

멘델의 유전법칙 도표(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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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멘델의 유전학은 사실 그가 살아있던 당시엔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멘델의 본업이 수도사인데다가 학력도 대학중퇴에 그쳤기 때문에 그의 이론은 과학자들에게 무시되기 일수였다. 당시 학계 입장에서 멘델의 완두콩 연구는 수도자의 원예취미 중 알아낸 아마추어적인 생각 정도로 여겨졌던 것. 결국 멘델의 유전법칙은 1900년 네덜란드의 식물학자인 위고 드 브리스(Hugo de Vries)가 재발견하고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영국 귀족출신의 저명한 과학자인 다윈도 굳이 체코 수도사의 글을 읽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두 사람은 멘델이 런던을 방문했을 당시,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때는 다윈이 런던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안타깝게도 생물학의 두 거두는 함께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각자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멘델은 말년에 브르노 수도원의 수도원장이 됐다. 당시 오스트리아 정부의 수도원 징세 법안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며 정치적인 활동에 놓이게 되면서 추가적 연구와 연구성과 발표를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그의 과학적 성과는 더욱 묻히게 됐고, 그의 살아생전 업적은 주로 인품이 훌륭했던 '수도원장'으로 쏠리게 되면서 과학계에서 잊혀졌던 것.

두 사람의 만남이 엇갈렸듯, 훗날 진화론과 유전학은 세계사의 격랑에 휘말리며 곳곳에서 충돌하게 된다. 영국 귀족인 다윈의 손에서 나와 제국주의의 이론으로 변질된 진화론과 마찬가지로 유전학은 우생학에 이용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반제국주의 진영의 논리로 이용되기도 했다.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를 받던 체코 지역을 비롯해 제국주의 치하에 놓여있던 많은 동유럽 지역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진화론에 대한 반감은 곧 유전학에 대한 관심으로 바뀐다.

19세기 당시 체코의 사회개혁가들과 독립운동가들은 중세시대엔 오스트리아보다 훨씬 거대했던 보헤미아 왕국의 기질이 여전히 체코인들의 피 속에 녹아있으며 언젠가 다시 발현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었다. 식민 통치를 받던 지역들에서는 조상의 형질이 언젠가 다시 발현된다는 멘델의 유전학은 진화론보다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당시 열강들 입장에서 유전학은 결코 환영받기 힘든 학문이었다. 사회진화론이 중요한 토대로 작용한 공산주의 치하에서도 멘델의 유전법칙은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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