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매해 11월24일은 진화론의 창시자로 유명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자신의 이론을 집대성한 책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을 출간한 날을 기념하는 '진화의 날(Evolution Day)'이다. 올해로 진화론은 탄생 158주년을 맞았다. 진화론은 19세기 이후 오늘날까지 과학분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학문으로 유명하다. 한편으로 상당히 많은 '왜곡'이 자행된 학문이기도 하다.
진화론의 가장 큰 왜곡사례는 다윈의 사촌인 프렌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만든 '우생학(eugenics)'과 진화론을 사회학에 적용시키려 했던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의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이 있다. 이 이론들은 19세기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정책의 과학적 근거처럼 사용됐다. 인류 중 가장 우수하게 진화된 백인이 전 세계를 정복하고 나머지 열등한 민족들을 다스려야한다는 인종차별주의에 철저히 이용된 것. 특히 나치 독일은 이것을 매우 신봉했고, 이를 근거로 인류의 혈통을 순수하게 만든다는 명목하에 유태인 대학살까지 자행했다.
과거 19~20세기 우생학자들은 인류를 흑인, 유색인종, 남부유럽인, 북부유럽인으로 구분하고 우수한 북부유럽 백인종을 제외한 나머지 인종들은 지능이 낮고 범죄가 높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사진=위키피디아)
원본보기 아이콘유럽은 물론 미국에도 퍼진 우생학의 여파로 1931년, 미국에서는 30개주가 이 '거세법'을 통과시켜 역시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 불치병환자, 범죄자들에 대한 거세가 자행됐다. 백인을 제외한 타인종에 대한 차별도 강화됐다.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흑인, 동양인, 유대인들에 대한 이민을 제한하는 법이 각국에서 만들어졌다.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오해와 왜곡으로 만들어진 학문들이 국가적 수준의 범죄로 이어졌던 셈이다.
이로 인해 다윈의 진화론은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낳은 학문, 침략에 정당성을 준 도구 등으로 상당히 공격받았지만, 사실 다윈의 진화론 속에는 이런 인종차별주의나 우생학 같은 것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다윈은 살아생전에도 대표적인 인종차별반대론자였고, 이로 인해 수차례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당시 여성에 대한 차별에도 반대하며 "인류의 미래는 여성의 손에 달려있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서구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던 인류에 대한 차별 전체에 반대했던 셈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변질된 것은 주로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란 의미에 대한 곡해가 심했기 때문이었다. 제국주의시대 과학자들, 정치인들, 유명인사들은 상당수가 이를 우승열패(優勝劣敗), 약육강식의 이론으로 받아들였고 진화에 실패한 민족들이 진화에 성공한 민족들에게 정복되고 살육당하며 지배당하는게 자연스럽다는 식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실제 적자생존은 우승열패의 이론이 아니라 애초부터 남들보다 특별히 뛰어난 민족이나 종족은 존재하지 않고, 환경 변화가 어떤 개체에 좀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론이었다. 즉, 오늘은 백인이 세계를 지배할지 몰라도 내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였지만 정반대로 해석되게 된 셈이다.
다윈은 적자생존이란 단어보다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 이란 단어를 훨씬 많이 사용했다. 적자생존이란 단어는 "가장 강한자가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오해되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사실 여기서 '적자(fittest)'란 가장 강한자가 아니라 환경적응도가 높은 생물을 의미하는 것이며, 현대 생물학에서는 특정 환경에 놓인 생물의 '번식 성공률(reproductive success)' 정도를 의미하게 됐다. 오늘날에도 생물학계에서는 적자생존이란 문구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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