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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보수대연합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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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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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를 논하려면 에드먼드 버크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혁명의 성찰'이란 저서에서 "무언가 변화할 수단을 갖지 않은 국가에는 자체를 유지할 수단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프랑스혁명의 과격성을 냉철하게 지적하면서 영국의 보수적 가치도 변화를 통해 유지할 것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물론 18세기 보수적 방법론이 지금과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 기본은 보수주의도 스스로 변화하라는 메시지다. 이를 한국의 보수정당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계 일각에서 '보수대연합'이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지적하자면 '성찰'에 기반을 둬야 연합을 하든, 헤쳐모이든 할 텐데 이게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정치에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가 있어야 함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보수는 그 날개를 보수해야 한국정치가 발전한다는 절박함을 깨닫을 시점에 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적 가치는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한국 보수는 해방이후 타의적으로 초래된 남북대치, 냉전 상황에서 국민들의 선택의 여지가 보수밖에 없다보니 강해졌다. 일제하 뚜렷한 반민족행위도 청산 못했고, '반공'이 급해서 친일세력이 보수로 둔갑해도 양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산권이 무너지고 난 후 반공주의 자체가 허망하게 된 시점에도 한국의 보수는 여전히 '반공'과 '종북'타령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역사와 전통을 제대로 세우고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수적 가치로 재정립하는 대대적인 작업이 필요한 때다.

둘째, 원래 어느 나라나 보수라면 자국 우선주의(민족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내 나라의 이익과 가치를 옹호하는 것이 보수 아닌가. 그런데 일제하에 일본을 종주국으로 삼았던 무리들이 해방되자 어느 틈에 미군정과 손을 잡고 버젓이 국제주의라는 탈로 바꿔쓰고 나타났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보수가 국제적이라면 진보가 민족적이라는 도착된 현상이 나타났다. 자신이 보수주의라고 스스로 자임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어느 맹방보다 민족이 우선이다"라는 말이 나오자 진보측에서는 박수를 쳤고, 보수측에서는 이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의 보수주의는 이제 세계 평화와 국제적 친선, 교류라는 기반위에 우리의 전통적 가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철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한국 보수세력의 기본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

셋째, 논의되고 있는 보수대연합은 차기 선거에 보수성향의 표를 얻어보자는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갔다가 아무런 명분없이 다시 돌아간 바른정당 의원들의 변을 들어보면 한결같이 지역구 여론을 들먹인다. '정치인은 다음 시대를 걱정하는데, 정상배는 다음 선거를 걱정한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정상배들을 모아놓고 보수대연합이라고 변명해도 국민은 속지 않는다.
진정으로 보수대연합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해답은 자명하다. 먼저 현 상황에 맞게 보수적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그러면 보수의 대역사(大役事)를 위해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될 것이다. 정당간에, 혹은 국회의사당 내 장삼이사(張三李四)들만 모여서 이리저리 표를 긁어모아 정당주도권이나 잡고, 원내세력이나 불려보자는 정치공학적 계산에서 나온 보수대연합이 아니어야 한다. 보다 광범위한 한국의 보수세력을 총망라해 이들 세력을 다 담을 수 있는 거대한 작업을 해야 한다. 한국에는 보수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보수 지지층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이들의 호응이 없는 보수대연합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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