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 '상행' 일방향 에스컬레이터, 상하행 선택 가능하도록 시범운영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모습.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서울시가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하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해 지하철역 출구의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일부를 내려가는 방향으로 바꾸는 방안을 시범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현재 서울 지하철역 1~9호선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상행과 하행, 양방향으로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출구 폭이 좁아서 1기만 설치된 경우엔 10기 중 9기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일 정도로 상행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지하철 1~9호선 역사 70개에 설치된 일방향 에스컬레이터 총 156개 가운데 141(90.4%)대가 상행 운행 중이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연령, 성별, 신체조건 등에 관계없이 시민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시는 "'계단을 오르는 것이 내려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통념에 따른 것이지만 무릎이 불편한 사람이나 어르신, 임산부, 어린이 같은 경우엔 계단을 내려갈 때 어려움음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시는 우선 가급적 시민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비교적 상·하행 선택이 가능한 지하철역 4개소(6호선 증산역·망원역, 5호선 우장산역, 7호선 수란산역)를 선정해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이용 상황과 시민의견을 모니터링해 향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6호선 증산역의 경우 1번·4번 출구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모두 상행으로 운행 중인데 이중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하행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두 출구 사이에 횡단보도가 설치돼있어 접근성도 용이하다. 또,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출구에는 하행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를 위한 안내표지판이, 하행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출구에는 상행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를 위한 안내표지판이 각각 설치된다.

시는 시범운영에 앞서 일방향 에스컬레이터의 운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이용현황을 시간대별·설치 유형별로 분석하고, 운동역학 전문가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도 수렴했다.

설치현황 분석 결과 인접한 출구에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경우 기존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하행으로 변경시 민원 발생 소지가 있는 만큼, 인접한 2개 출구의 일방향 에스컬레이터가 모두 상행 운행 중인 경우 위치와 접근성 등을 고려해 일부를 하행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적용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운동역학 전문가들은 계단 오르기는 힘들기는 하지만 운동효과가 있는 반면, 계단 내려가기는 운동효과에 비해 무릎 등 신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크고 낙상의 위험도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확산을 위해 지난 3월 '유니버설디자인 통합 가이드라인'을 개발 완료하고,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걷는 보행로, 공원과 보건소, 복지시설 같은 공공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배포했다.

변서영 시 디자인정책과장은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환경에 그간 고려가 미흡했던 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유니버설디자인적 관점에서 일상 속 발생 가능한 크고작은 불편사항을 발굴해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