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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팬에 눈물, 아프면 한방침…"그뤠잇,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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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배구 인삼공사 2년차 알레나 "구단·감독 잘 챙겨줘 큰 축복"


[대전·김천=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알레나 버그스마(27·미국)는 여자프로배구 KGC인삼공사에서 두 시즌 째 뛴다. 한국 생활도 익숙하다. "웬만한 곳은 운전을 해서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신탄진에 있는 구단 숙소에서 대전 시내나 서울까지 문제없이 이동한다. 통역사 홍이수(31) 씨는 "안전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켜긴 하지만 주요 도로를 잘 알아서 기계에 크게 의존하진 않는다"고 했다.

알레나는 지난 시즌 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에서 뛴 아르파드 바로티(26·헝가리)와 연인 사이다. 남자 친구를 보기 위해 수원이나 천안 등 경기가 열리는 곳을 찾아 응원도 하고 둘이서 식사를 하는 등 데이트도 즐겼다. 바로티가 현대캐피탈로 이적하면서 팀의 연고지인 천안에도 자주 다녔다. 그러나 바로티가 지난 9월26일 팀 훈련 도중 발목을 크게 다쳐 교체된 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지낸다. 알레나는 "힘들고 슬프지만 꾸준히 연락하면서 좋은 사이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이상형은 "강하고 듬직하게 여자를 보호하면서도 자신한테만큼은 한없이 따뜻한 남성"이다.
2015~2016시즌 여자부를 시작으로 V리그에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제도가 도입됐다. 첫 계약 때 몸값이 여자부 15만 달러(약 1억6800만원), 남자부 30만 달러(약 3억3600만원)로 상한선이 있어 이전처럼 국제무대에서 이름난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한다. 도입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대다수 팀들이 검증된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하는데 비중을 둔다. 기량에 큰 차이가 없고 이미 선수단에 적응을 마쳐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알레나가 대표적이다. 경쟁 팀 사령탑도 인정할 만큼 팀에 적응을 잘 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57)은 "배구실력뿐 아니라 동료들을 다독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적응력이 좋다"고 했다. 코트 안팎에서 밝은 웃음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일도 알레나의 몫. 그는 "구단에서 모든 사람들이 잘 챙겨주고 감독님도 아버지처럼 자상하게 배려를 해준다. 고향 같은 분위기라 재계약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50)은 "(알레나가)배구에 대한 열정이 있고, 새로운 동료와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고 했다.


알레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할아버지로부터 '한국 사람들은 매우 열정적이고 친절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겪어보니 정말 그렇더라.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축복"이라고 했다.
국내 팬들도 알레나를 좋아한다. 경기장에서 환호를 하고 선물을 주거나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관심이 많다. 알레나는 "내가 아주 즐겨 마시는 음료(닥터페퍼)가 있다. 경기 때 그걸 선물하는 팬들이 있다. 비싸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살 수 없다. 그만큼 나에 대해 잘 알고 신경 써 준다는 사실이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장에서 '잘했다'는 함성과 '사랑한다'는 격려에 감동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프로 선수를 꿈꾸며 상상한 장면이다. 한국에서 그걸 느끼고 있어서 뿌듯하다. 내게는 정말 각별한 나라"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알레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알레나는 구단에서 제공한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영화를 보거나 하버드대학교에서 개설한 무료 온라인 강의를 통해 경영학을 공부한다. 강아지를 매우 좋아해 애견카페에 자주 놀러간다. 불고기를 비롯한 고기 요리를 즐기는데 참깨와 참기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 올 시즌부터 요리사가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기업은행 메디, 일주일 한두 번 침 치료



지난 시즌 기업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기여한 매디슨 리쉘(24·미국)도 재계약 선수다. 리쉘에서 메디로 등록명만 바꿨다. 메디도 한국 생활에 적응을 잘했다. 이 감독은 "원래 차분한 성격인데 동료들과 부대끼고 친분을 쌓는 모습이 지난 시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경기도 기흥의 구단 훈련장에서 서울에 외출을 갈 때도 대중교통으로 혼자 이동할 만큼 지리에 익숙하다. 택시가 수월하지 않은지 묻자 "너무 비싸요"라며 고개를 흔든다. 통역 최희진(24) 씨는 "(메디가) 검소하고 절약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가 독립생활을 할 아파트를 제공하는 구단도 많은데 메디는 국내 선수들과 같은 숙소를 쓴다.

메디는 시즌이 개막하기 전 복부 근육에 통증이 있었다. 경기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재활을 위해 지금도 계속 관리를 한다. 한방 치료를 받는다는 점이 특별하다. 아픈 부위에 침을 맞는 일이 외국인 선수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메디는 다르다. "일주일에 한두 번 맞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고 했다.

타지에서 생활하지만 지난해 5월 결혼한 남편의 외조 덕에 더 힘을 낸다. 메디의 남편 이반 리쉘 폴(26) 씨는 미국에서 공군으로 복무하면서 틈틈이 아내를 응원하러 온다. 신혼을 만끽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메디는 "남편이 한국에 오면 음식도 하고 일상적인 부부의 모습처럼 해보고 싶지만 훈련과 경기 때문에 지치고 피곤해서 그러지 못한다"고 했다.

▲타이스, 엄격한 삼성화재에 적응 "성과내면 대가 확실, 생활 만족"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의 주포로 뛰는 타이스 덜 호스트(26·네덜란드)가 대표적인 재계약 선수다. 삼성화재는 특히 에이스 역할을 하는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팀. 그러면서도 선수단에 '겸손'과 '헌신'을 강조한다. 탄산음료나 열량이 높은 음식을 금지하는 등 오래전부터 규율도 엄격하다. 유럽에서 온 선수에게는 익숙지 않은 문화일 수 있다. 타이스는 빠르게 적응했다. 그는 "(별도 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술을 마시는 등의 일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내 몸과 팀을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한다"고 했다.

타이스도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개인 시간을 보낸다. 외출이 허락되면 용인에 있는 훈련장을 떠나 서울로 가끔 이동한다. 그래도 취미생활보다 몸을 챙기는 일이 먼저다. "비타민이나 건강 보조제 등을 챙겨 먹으면서 훈련과 경기를 위한 컨디션 조절에 집중한다"고 했다. 그는 "각 팀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거는 기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잘 준비하는 것도 팀을 위한 희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열정적인 관중과 전폭적인 지원을 토대로 성과를 내면 대가도 확실하다. 한국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고 했다.

▲도로공사 이바나, 5년 만에 컴백 "韓, 박진감 있고 짜릿" 우승 다짐


여자부 한국도로공사가 올 시즌 전체 1순위로 선발한 이바나 네소비치(29·세르비아)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구단과 다시 힘을 합쳤다. 그는 트라이아웃이 도입되기 전인 2011~2012시즌 교체선수로 도로공사에서 한 차례 뛰었다.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며 기량을 인정받은 뒤 5년 만에 드래프트를 거쳐 다시 친정팀에 복귀했다. 큰 키(191㎝)에 서브와 스파이크 실력이 뛰어나 그동안 중국, 그리스, 인도네시아 등 여러 리그에서 주포로 활약했다.

그가 다시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는 팬들의 응원 때문이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잊지 않고 격려해준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배구를 했지만 한국 리그가 훨씬 박진감 있고 흥미진진하다. 매 경기마다 모든 기량을 쏟아 부어야 할 만큼 역동적이다.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바뀐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데도 어려움이 없다. 중앙 공격수 배유나(28)는 "(이바나가)웬만한 한국어는 이해를 하기 때문에 훈련 때도 짧은 단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고 했다. 도로공사 동료들은 이바나를 '바나나'라는 별명으로 부르면서 친근감 있게 대한다.


이바나는 세르비아와 이탈리아에서 화보 촬영을 할 정도로 패션 감각이 뛰어나고 자신을 꾸미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팀의 새 연고지인 김천에서 하는 전원생활에도 잘 적응한다. 그는 "(김천의)자연 경관이 정말 아름답고 공기도 좋다. 훈련과 경기로 지친 몸을 회복하기 좋다"고 했다. 해산물을 먹지 못하지만 팀 회식 때 전복과 낙지가 들어간 삼계탕을 접한 뒤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리며 큰 관심을 보이고, 메뚜기튀김을 처음 먹어본 사실도 소개하는 등 한국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도로공사는 최근 두 시즌 외국인 선수가 국내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바나 덕분에 고민을 지웠다.

이바나는 5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기억한다. 복귀하면서 세운 목표는 우승. 선수단 모두 여자부 여섯 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는 도로공사의 염원을 올 시즌은 풀겠다는 각오다. 배유나는 "이바나까지 모든 선수가 한마음으로 뭉친 기분"이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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