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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를 바꾼 犬]①사상 최초의 우주견 '라이카', 사망 6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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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우주공간을 비행했던 포유류, 라이카의 모습. 작은 우주석에 고정된 라이카는 비참한 죽음을 맞아야했다.(사진=위키피디아)

사상 최초로 우주공간을 비행했던 포유류, 라이카의 모습. 작은 우주석에 고정된 라이카는 비참한 죽음을 맞아야했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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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0년 전인 1957년 11월3일, 역사상 처음으로 한 포유류가 우주공간을 비행했다. 우리에게는 '라이카(Laika)'란 이름으로 알려진, 작은 강아지의 본명은 '쿠드랴프카(Кудрявка)'. 라이카는 러시아말로 개를 통칭하는 말일 뿐이다. 하지만 이 작은 라이카의 우주여행은 이후 인류사에 아주 큰 족적으로 남았다.

1954년 생으로 추정되는 라이카는 어느 가정집에서 기르다가 버려진 유기견으로 모스크바 시내를 배회하던 떠돌이 암캐였다. 당시는 2차대전 직후였고 여러 혼란기를 겪은 뒤끝이라 이렇게 버려지는 개들이 많았다. 특별할 것없는 이 유기견의 삶이 뒤바뀐 것은 항공의학연구소 연구원들이 라이카를 연구소로 데려가면서부터 시작됐다.
라이카는 알비나, 무슈카라 불리는 다른 개들과 함께 우주견으로서 수개월간 훈련을 받았다. 다른 개들을 제치고 우주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라이카가 매우 영리했고 연구원들을 잘 따랐으며, 침착하고 온순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결국 1957년 11월3일, 라이카는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헝가리에서 발행했던 라이카 기념 우표(사진=위키피디아)

헝가리에서 발행했던 라이카 기념 우표(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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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우주로 올라가는 길은 죽으러 가는 길과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발사체를 지구로 귀환시킬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소련 당국도 라이카의 안락사를 위해 발사 후 1주일 정도 지나 먹을 것이 떨어지면 자동독약주사가 라이카의 몸으로 들어가게 조치를 취했었다고 한다. 스푸트니크2호는 위성 궤도에 안착했고, 소련정부는 라이카가 예정대로 우주선 안에서 안락사 됐다고 선전했지만 진실은 달랐다.

실제 라이카는 일주일은 커녕 그날 하루조차 버티지 못했다. 우주선 발사 후 7시간 만에, 고열과 공포에 휩싸여 쇼크사한 것. 진실이 밝혀진 것은 50년도 더 지나 1999년, 구 소련의 기밀문서가 공개되면서 밝혀졌다. 당시 스푸트니크2호는 완벽하지 못했던 열 차폐 시스템과 각종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고, 로켓 하단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우주선 내부가 달궈졌다고 한다. 결국 라이카는 이런 공포 속에서 좁다란 우주석에 갇힌채 고통스럽게 죽었다.
라이카의 죽음과 이를 통해 얻어진 연구자료들은 이후 1961년,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공간에 나가고 1969년 달 탐사가 이뤄지는 모든 과정의 밑바탕이 됐다. 라이카의 실험과정은 우주공간에서 생물체의 생존여부와 적응가능성이란 중대한 과정이었으며, 라이카가 무중력 상태에서 5시간을 견디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유인우주선 계획도 세워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잔혹한 동물 우주실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당시에도 높았다. 영국의 전국애견보호협회(NCDL)는 매일 라이카를 위해 1분간 묵념할 것을 주장했고,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런던의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모여 시위를 벌였다. 뉴욕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유엔(UN)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소련 내부에서도 개 대신 자신이 우주선에 올라타겠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나오기도 했다 전해진다. 스푸트니크2호 발사에 참여했던 한 과학자도 "죽어서 라이카를 만난다면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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