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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리더 인터뷰⑥] 문과생·40代·여자…IT 리더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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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카카오 포털부문 총괄 부사장

우렁찬 건배사하는 마초남 아니어도
카리스마 아닌 일의 전문성으로 통솔
주말·야간 당직 자처할 정도로 일 즐겨
다음 포털 아고라·뉴스펀딩, 그 작품

[여성리더 인터뷰⑥] 문과생·40代·여자…IT 리더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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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문과생, 40대, 여자.'

임선영 카카오 포털부문 총괄 부사장을 수식하는 말이다. IT업계 리더를 꾸미는 말로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KSEF)은 국내 스타트업 리더를 '공학도, 30대, 남자'로 요약했다. 정확히 반대다. 게다가 임 부사장은 내향적 성격의 소유자다. 1일 경기도 판교 H스퀘어에서 그를 만났다.
"20여년 전 대학교 4학년 교생 실습에 나갔을 때 중학생 앞에서도 벌벌 떨던 저예요. 50명이 저만 바라보고 가르쳐주길 기대하는 상황을 즐기지 못하겠더라고요. 전공과 '안녕'하게 된 계기죠."

그런 임 부사장이 어떻게 카카오(다음) 포털 직원 300여명의 수장이 될 수 있었을까. 게다가 다음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수백만 사용자들의 눈이 어디로 향할지 안내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회식 때 쩌렁쩌렁한 건배사를 하고 권위와 통솔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리더의 전형은 허상일 뿐이죠. 시대가 변하니 저같은 사람도 리더가 될 수 있더라고요."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리더의 권위를 전통적 권위, 카리스마적 권위, 합법적 권위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기성 대기업의 리더가 전통적ㆍ카리스마적 권위로 조직을 꾸려나갔다면 지금은 제4의 권위인 '전문적 권위'의 시대라는 게 임 부사장의 생각이다.

"카리스마가 아닌 자신의 전문성으로 구성원을 통솔해야 하는 때가 온 거죠. 특히 카카오 같은 IT회사에서 리더는 이용자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개인의 전문성을 잘 끌어내는 게 중요해요. 저 역시 카리스마로 밀어붙이려던 시절이 있었는데 신뢰가 쌓이지 않은 관계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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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부사장은 20년 뉴스 전문가다. 1990년대 온라인 뉴스가 태동하던 시절부터 인공지능(AI)이 개인에게 맞춤형 뉴스를 큐레이션하는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뉴스와 떨어지지 않았다. 1995년 홍익대 교육학과를 졸업했지만 '뉴스'와 '글'이 좋아 이 길을 택했다.

"미디어는 성인을 위한 대학교 같아요. 우리가 고등학교, 대학교 같은 정규 교과과정을 이수하고 난 다음에도 사회는 계속 변하잖아요. 그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요. 미디어는 공동체에 대한 상식을 일깨워주죠. 이상하게 신문, 방송이 좋더라고요."

졸업 직후 출판사 비정규직도 마다하지 않던 그의 뉴스 인생은 1999년 인터넷한겨레 뉴스팀에 온라인 기자로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보통의 기자들처럼 출입처는 없었지만 5년 동안 중요한 기사,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기사 등 기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떠올렸다.

임 부사장은 2004년 더 광활한 뉴스의 바다를 찾아 다음 뉴스에디터로 입사했다. 이후 13년간 미디어팀장, 컨텐츠그룹장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뉴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임 부사장의 동력은 뭘까. 그는 '관심'과 '경험'이라고 말했다.

뉴스에디터 시절 그의 업무는 다음 뉴스 페이지에 기사를 배치하는 것. 언론사가 밥을 한다 치면 임 부사장은 밥상을 차리는 일을 맡았다. 1분에 수십, 수백건씩 쏟아지는 기사를 이용자의 구미에 맞게 보기 좋게 골라 놓았다. 임 부사장은 일부러 야간당직, 주말당직 심지어 명절당직까지 자처할 정도로 이 일을 즐겼다. 그는 "그저 뉴스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뉴스를 하루 1000건씩 보는데 월급까지 주니까 너무 좋더라"며 "게다가 남들이 하고 싶어하는 분야도 아니라 경쟁도 없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오랫동안 뉴스를 즐긴 덕에 임 부사장은 경험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고라', '블로거 뉴스', '뉴스펀딩' 같은 대표적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특히 2000년대를 휩쓴 아고라는 이용자 토론의 장으로 뉴스 소비에 익숙하던 이용자를 여론 형성자로 이끄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임 부사장은 "소셜네트워크(SNS)의 확산으로 과거 찬란했던 아고라도 쇠퇴기에 접어들었지만 정보 공유, 자기 표현이 필요했던 그 시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평했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이용자를 따라잡으려 지난해 '미래 미디어 파트'도 만들었다. 개인의 소비패턴을 학습해 최적의 콘텐츠를 추천하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루빅스' 역시 이곳의 산물이다. 현재의 뉴스 소비자가 원하는 포털의 역할은 바로 큐레이션이다. 개개인의 관심과 특성에 맞는 뉴스를 골라주길 바란다. 임 부사장은 루빅스를 기반으로 PC 첫 화면의 뉴스섹션을 이용자의 성ㆍ연령대, 즐겨보는 뉴스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르게 노출되게 했다. 이외에도 임 부사장은 '꼼꼼히 본 뉴스'와 같은 실험을 통해 뉴스의 미래를 그려보고 있다.

"콘텐츠 생산량은 계속 늘어날텐데 에디터가 일일이 배치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온국민의 취향을 대표할 수 있는 편집에는 한계가 있죠. 사람이 직접할 때는 1000만명이 다 같은 뉴스를 보게 되거든요.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유통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에 따른 뉴스배치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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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에게도 몇 번의 위기는 있었다. 2006년 미디어팀장으로 임명돼 리더로서 첫발을 떼야 했던 그때, 임 부사장은 인생의 변곡점에서 처음으로 좌절을 맛봤다.

그는 "실무자로서 일하는 것과 팀장으로서 팀원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해내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며 "'일 잘하는' 실무자이던 내가 '일 못하는' 리더가 되니 자존심이 상했다"고 떠올렸다. 이때 깨달은 것이 바로 임 부사장이 리더의 소양으로서 강조한 전문성이다.

두 번째 위기는 정체에서 왔다. 그 역시 본부장, 부문장 승진을 앞두고 스스로 '올라갈 때가 됐다'고 자부하던 때 선택받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유를 모르던 차에 팀원들에게서 다면 평가를 받았는데 충격이었죠. 그들에게 저는 윗사람이 좋아하고, 아랫사람이 힘들어하는 스타일의 리더였어요. 설득하고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한 사람이더라고요."

임 부사장은 당시 '이렇게까지 나를 바꾸며 살아야해?'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어디서든 닥칠 문제라고 마음을 고쳐먹었고 그때부터 그는 연극 무대 위 연기자가 되기로 했다.

"자연인인 저와 공적인 저를 분리하기로 했어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배역을 꿋꿋이 해내기로 했죠. 분장이지만 나를 봐주는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소중해요. 리더가 되길 망설이는 후배들에게도 전 늘 이렇게 말해요. '나도 하는데, 너는 왜 못 하겠냐'고요' 좋은 배우가 주역, 단역을 가리지 않듯 제 자리에 따라 변신하고 있어요."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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